빅4 3Q 예상 영업익 1조3000억 육박..‘수출 호황 주도
공정위 칼끝은 한화에어로·KAI로…하도급법 위반 의혹
호황기 속 불균형 문제 부상...“시장 신뢰 회복 계기로”
방산업계가 호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공정 거래 관행을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방산업체들의 실적 고공 행진 속 성장통을 겪고 있다. 대규모 수출과 정부의 산업 육성 기조가 맞물리며 K-방산은 한국 수출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호실적의 그늘에는 방산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가 겹치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LIG넥스원·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에 육박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4865억원, 영업이익 85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7%, 79% 늘어난 수준이다. 지상 방산 부문 매출이 2조1098억원으로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 오른 5726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세와 함께 올해부터 자회사 한화오션의 실적이 연결 반영된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현대로템도 3분기 영업이익이 27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2.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1조6196억원으로 48.1% 늘었다. 해외 수출 물량이 본격 반영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개척지인 서유럽의 수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여전히 높다”며 “현대로템도 글로벌 입지가 점차 공고해질 전망으로, 국내외 물량 증가로 실적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만 1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6일 실적 발표를 앞둔 KAI와 LIG넥스원의 실적을 더하면 ‘방산 빅4’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KAI와 LIG넥스원의 영업이익은 각각 726억원, 774억원 규모다.
다만 호실적 속에서도 업계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경남 창원시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사천시의 KAI 본사에 각각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기술자료 유용과 대금 지연 지급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차원이다.
두 회사는 최근 3년간 협력업체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납품대금을 지연 지급하고, 단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한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위반 여부를 각각 별도로 조사하면서 KAI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방산업계의 불공정 관행 근절 방침을 밝힌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방산업계 조사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린 방위산업 발전토론회에서 ‘원가 후려치기’ 등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치명적 불이익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는 방산업계 특유의 장기·대규모 계약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 문제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 분야를 우선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지며 조사 결과에 따라 방위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점에 불공정 이슈가 불거지며 제도 개선 논의가 불가피해졌다”며 “정부 조사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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