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암표 의심 업체 17곳 조사
수년 간 암표 거래 4만 건, 30배 폭리
교사·공공기관 직원도 수억 원 수익
신고 소득·소비지출 분석해 탈세 추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야구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최근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관람권이 암표 거래를 통해 최고 999만원까지 거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구팬 사이 공분이 일었다. 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이 암표 판매 행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회관계망(SNS)나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한 암표 거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건전한 팬심을 우롱하는 대표 암표 거래상 17명(법인 3곳 포함)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6일 “순수한 팬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온 대표적 민생 침해 업자인 암표상들에게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민생 침해 탈세는 끝까지 추적해 확실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요 관람권(티켓) 거래 플랫폼 판매 인원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하는 400여 명이 전체 절반에 가까운 거래를 독식하고 있다. 이들이 1인당 연간 거래하는 금액은 6700만원 정도로 정규직 대졸 초임 연봉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암표상 가운데는 공공기관 직원과 사립학교 교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매크로(자동 반복 작업) 프로그램을 통해 표를 구매, 중고 사이트에서 재판매했다. 공공기관 직원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억원 이상, 사립학교 교사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3억원 이상 암표 판매 수익을 거뒀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은 체계적인 전문조직과 협력업체를 갖춘 기업형 암표 업자 등 17곳”이라며 “이들은 수만 건 이상 거래를 통해 최소 220억원이 넘는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밝힌 암표 판매 사례를 보면 A 씨는 국내 최정상 가수 공연과 뮤지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티켓 등을 정가 대비 15~20배 높은 가격에 팔았다.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은 실제보다 낮게 신고했다.
A 씨는 신고 수익 대비 과다한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수년에 걸쳐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8억원 상당 예금과 부동산을 축적했다. 이에 국세청은 A 씨가 암표로 번 수익을 정확히 계산해 과소 신고분에 대한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다.
B 업체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K-POP 콘서트 표를 암표로 팔아왔다. 중고 거래 암표상 C 업체에 티켓당 10만원 상당 수수료를 지급하고 표를 매수하기도 했다. 100명이 넘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대리 구매를 하기도 했다.
B 업체와 C 업체는 이렇게 구매한 표를 2.5배 비싼 가격으로 6년간 4만여 장 재판매했다. 과소 신고한 금액만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B 업체는 실제 근무하지 않는 직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경비를 부풀린 의심도 받는다. 골프장과 유흥주점 등 업무와 관계없는 장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B 업체의 정확한 수익 규모를 검증해 과소 신고분을 추징하고 경비 처리 적정성 여부를 중점 조사할 계획이다.
개인 D 씨 경우 사회관계망(SNS)과 중고 거래 커뮤니티를 통해 명품 잡화, 공연,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취급하는 업자다. 그동안 수백 건 이상 거래를 하면서도 사업자 등록과 수익 신고를 하지 않았다.
D 씨는 신고 소득이 없음에도 5년간 신용카드로 30여억원을 결제하고, 5억원 상당 해외주식을 매도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국세청은 D 씨의 과다 지출에 대한 자금 출처를 검증하고 과소 신고분에 대한 추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는 민생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사안의 파급력과 시급성을 고려해 암표 업자 수익 명세와 자금흐름, 은닉 재산 유무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나아가 “금융 추적과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등 가용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암표 판매 관련 현금거래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정당한 세금을 추징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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