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국가유산청 종묘 앞 고층 건물 우려에 반박 “일방적 폄훼”
“종묘 가치 훼손 우려 과도…녹지축 조성으로 가치 더 높일 것”
“역사·미래 공존하는 새로운 변화 모색해야…성숙한 논의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정원에서 현장 브리핑 후 세운4구역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관련 고층 건물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려에 “사실 왜곡과 일방적 폄훼가 아닌 진지하고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오세훈 시장은 이 날 오후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늘 문화체육부장관과 국가유산청장이 서울시 세운 녹지축 조성 사업과 관련해 사업의 취지와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의 글은 이 날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이날 오전 종묘를 찾아 종묘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길이 열린 것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데 따른 반박 성격의 내용이다. 최 장관은 이 날 현장에서 “(문화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높이 계획 변경을 뼈대로 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고 이에따라 세운4구역에 들어서는 건물 최고 높이는 종로변은 당초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변은 당초 71.9m에서 141.9m로 각각 변경된 바 있다.
오 시장은 글에서 “거듭 밝히지만 세운지역 재개발 사업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며 “오히려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남산부터 종로까지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을 통해 종묘로 향하는 생태적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그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이미 지난 20년 간의 ‘율곡로 복원사업’을 통해 단절됐던 창경궁과 종묘를 녹지로 연결해 역사복원사업을 완성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문화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양도성 복원, 흥인지문 일대 낙산 복원, 종묘 담장 순라길 복원, 경복궁 월대복원, 창덕궁 앞 주유소 철거 후 한옥건축물 축조 등을 완성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돼 있는 세운지역도 이러한 선례를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녹지축 조성에 들어가는 예산을 세운 구역 일대 결합개발 방식을 통해 조달하면서도 종묘 중심의 대규모 녹지공원을 만들어 도심공간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세운지구를 비롯한 종묘 일대는 서울의 중심임에도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돼 말 그대로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라며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세운상가 일대 붕괴 직전의 판자 지붕 건물들을 한 번이라도 내려다본 분들은 이것이 수도 서울의 모습이 맞는지, 종묘라는 문화유산과 어울리는지 안타까워하신다”고 호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정원에서 현장 브리핑 후 세운4구역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서울시
그는 이제 종묘의 가치를 보존하고 더욱 높이면서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때임에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용어까지 섞어 무작정 서울시 사업이 종묘를 훼손할 것이라고 강변한 것에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과 문체부장관이 마주 앉아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면 얼마든지 도시공간 구조 혁신과 문화유산 존중이라는 충돌하는 가치를 양립시킬 수 있다”며 “그런데 문화체육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께서 서울시에 아무런 문의도 의논도 없이 마치 시민단체 성명문 낭독하듯 지방정부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모습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민들의 고견을 모아 무엇이 역사적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미래의 문을 활짝 여는 방법인지 진지하고 성숙한 자세로 함께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전날인 6일 오전 문체부 장관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문화재 보호조례 개정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각하했다. 법원은 “서울시가 조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법령우위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3년 10월 문화재 특성과 입지여건으로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시장이나 구청장이 문화재 보존 영향 검토를 거쳐 문화재청장 허가 필요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내용을 삭제했다. 이에 문체부는 서울시에 재의를 요구했지만 불응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원고 패소 판결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5월 제정한 ‘서울특별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는 최종적으로 유효하게 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국가지정유산 100m이내)을 벗어난 곳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게 됐다. 이에따라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으로 서울시는 내년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30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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