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USA' 칩 경쟁…삼성, 美 테일러팹 생태계 구축 속도

테슬라, 인텔 협력·자체 칩 생산 의지 드러내

"美 정치, 산업 환경 고려된 것"이라는 해석

삼성, 협력사 등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텔과의 협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더해 자체 반도체 생산 의지까지 드러내면서다. 안정적인 칩 수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미국산 칩'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협력사 생태계 조성에 나서며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충분한 칩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라며 "TSMC와 삼성은 훌륭한 파트너이고 인텔과의 협업 가능성도 있지만 공급사들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생산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테슬라가 직접 '테라 팹'(Tera Fab)을 건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자체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테라 팹은 현재 구상 단계로, 전기차 자율주행용 칩과 인공지능(AI) 서버 칩을 통합 생산하는 초대형 칩 제조시설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같은 움직임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조업 재건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강조하는 정책적 압력까지 있으니 본토 내 생산 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 역시 "머스크 CEO가 인텔을 거론한 것은 기술 경쟁력보다는 정치, 산업 환경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정치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미국 내 생산 칩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은 삼성전자가 세우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팹으로 향한다. 결국 '메이드인 USA' 칩 제조 능력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의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들이 속속 테일러 인근에 둥지를 틀고 있다.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등은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 시설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클린룸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는 한양이엔지도 텍사스에 미국 본사를 세운 뒤, 삼성전자와 테일러 팹 클린룸 공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 공정 부품과 칠러 장비 등을 공급하는 에프에스티도 인력 채용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산업자재 유통 협력사인 아이마켓아메리카(IMA)는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테일러시에 조성 중인 산업단지 '그래디언트 테크놀로지 파크'의 착공식을 개최한다. 이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입주한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대규모 투자 결정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지난 7월 약 23조원 규모의 AI 반도체 칩 'AI6'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대만 TSMC가 맡기로 한 'AI5'의 일부 물량도 확보한 상태다. 원활한 물량 공급과 미국 내 생산 요구가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테일러 공장의 안정적 가동 시점 확보가 경쟁력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테일러 공장은 여러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 삼성도, 협력사도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