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브랜드] "반려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디자인하다"…30배 성장 ‘하밋’이 만든 변화

김준평 기자 (kimjp234@dailian.co.kr)

입력 2025.11.12 08:00  수정 2025.11.13 10:33

하밋 조성우 대표, 김지은 브랜드 디렉터 인터뷰

팔리는 상품을 넘어,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 브랜드 커머스의 중심에는 이제 자사몰이 있다. 자사몰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일군 창업자들의 여정을 들여다보았다. 성과보다 먼저 찾아온 망설임, 시행착오 속에서 내린 선택,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쌓아올린 과정까지.


그중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며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가 있다. ‘하밋(Hamit)’이 그 주인공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은 아직 불편하다. 카페에서는 “바닥에 내려놓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고, 식당에서는 출입을 제지당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부르면서도, ‘밖에 있어야 하는 존재’로 두는 현실 속에서 하밋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편히 머무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단순한 물음 하나로 시작된 브랜드는, 1년의 연구 끝에 완성된 첫 제품 ‘룩앳미 하우스’로 답을 내놨다. 출시 6개월 만에 주문량이 30배로 늘었고, 이를 만든 법인 무표시행은 지난해보다 2배 성장하며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숫자보다 인상적인 건 ‘좋은 제품이 좋은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이다.


무표시행 조성우 대표와 김지은 디렉터를 만나 반려동물과 사람이 나란히 살아가는 풍경을 그리는 브랜드, 하밋의 이야기를 들었다.


막막한 순간, 러그 하나가 바꾼 길


조성우 대표(좌), 김지은 브랜드 디렉터ⓒ무표시행

소셜벤처 교육 기업에서 일하던 조성우 대표는 창업가들을 보며 언젠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퇴사 후 바로 사업자를 냈지만, 당장 팔 아이템은 없었다. 인센스 홀더, 코코넛 그릇 등 자취방 소품을 판매했지만 코로나로 수입길이 막히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우연히 들여온 러그(Rug)가 상황을 바꿨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걷기 힘들어하던 반려견이 러그 위에서는 편하게 걸었다”는 후기였다. 사람보다 먼저 반려동물이 반응한 제품. 조 대표는 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러그 하나에서 출발한 발견은 새로운 시장으로 이어졌다. 반려동물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펫러그 브랜드 ‘릴리브(reliv)’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법인명 ‘무표시행’은 지하철 용어에서 따온 이름으로, 종착역은 없지만 자신만의 궤도로 달리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법인 전환 후 조 대표는 ‘진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화장품 업계 VMD 출신으로 반려견 ‘모아’를 키우던 김지은 디렉터와 의기투합하면서,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문제를 반려동물 기준에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반려동물 시장은 과열 상태였다. 대기업과 패션 브랜드가 대거 진입했지만,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의료·사료 중심의 시장에서 리빙 제품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달랐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펫’이 아닌 ‘가족이자 친구’로 여기며,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이다. 무표시행은 바로 그 틈새를 포착했다. 러그 한 장에서 시작된 발견이, 결국 하밋(Hamit)이라는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었다.


타협 없는 1년, 폭발한 6개월


몬드리안 호텔에서 반려동물 전용 어메니티로 채택된 하밋의 룩앳미 하우스 ⓒ무표시행

하밋의 첫 제품 ‘룩앳미 하우스’는 기획부터 출시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시장에 없던 형태라 제조사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원단, 목재, 철제, 충전재, 봉제 등 7개 공장을 직접 찾아 협업 구조를 만들었다.


김지은 디렉터는 “강아지 수면 자세를 1년간 관찰하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옆으로 누워 쉴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흉곽 구조에 맞춘 퀼팅 라인을 만들고, 턱을 괴며 쉬는 습관을 반영해 쿠션을 살짝 꺾인 형태로 디자인했다.


소재와 구조에서도 타협은 없었다. 면 100%와 마이크로 솜을 사용하고, 모든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했다. “강아지는 시선이 낮아요. 사람에겐 작은 모서리도 아이들에게는 날카롭게 느껴지거든요” 그 결과, 하밋의 룩앳미 하우스는 강아지 하우스이자 사이드 테이블, 스툴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존형 오브제’가 됐다. 이후 몬드리안 호텔의 펫 프렌들리 객실 어메니티로 채택되며 브랜드 감도를 증명했다.


47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대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김 디렉터는 쿠션만 분리한 ‘범퍼 쿠션’(9만 5천 원대)으로 선보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30개 발주량이 6개월 만에 월 1,000개로 늘며 30배 성장했다. 또한 강아지용으로 출시한 쿠션을 고양이가 더 많이 구매하는 피드백을 반영해, 고양이 전용 상세페이지와 광고를 분리하여 클릭률 1.7배, 광고 효율 2배 향상을 달성했다.


산책용 리드줄 ‘리드미터’ 역시 고객 피드백에 따라 손잡이를 세 개로 늘려 상황별 거리 조절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실시간 반영하는 민첩함이 하밋의 제품 철학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퇴짜 맞은 캠페인, 브랜드의 전환점


ⓒ무표시행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조 대표는 초창기 제품 중심 전략을 고수했지만, 캠페인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하밋은 종로 서순라길 반려동물 동반 카페와 협업해,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강아지가 카페 바닥에 직접 닿지 않도록 룩앳미 하우스 아래에 간이 매트를 깔아주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를 전하는 활동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카페 리스트’가 공유될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그러나 식품위생법 문제로 협업 카페가 점검을 받게 되면서 캠페인은 중단됐다.


조 대표는 이를 전환점으로 삼았다.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보다, 브랜드 철학을 이해하는 고객과 진정성 있게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후 무표시행은 하밋과 릴리브 두 브랜드를 운영하며 자사몰 중심 전략을 강화했다. 특히 릴리브는 전체 매출의 90%가 자사몰에서 발생한다. 조 대표는 “처음 만나는 고객부터 최근 고객까지 데이터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브랜드의 자산이 외부 플랫폼에 쌓이지 않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자사몰 솔루션으로는 아임웹을 선택했다. 캠페인 실패 이후 더욱 절실해진 것은 고객 반응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었다. 아임웹은 코딩 없이 직관적으로 사이트를 수정할 수 있어, 현재 디자이너 한 명이 두 브랜드의 자사몰을 동시에 운영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조 대표는 “자사몰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공존을 실천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제품’보다 ‘좋은 변화’를 위해


조성우 대표ⓒ무표시행

조 대표가 그리는 무표시행의 비전은 단순하다. 화려하진 않아도 꼭 필요한 것을 정확히 제공하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기준을 만드는 것.


하밋은 이동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도그 캐리어, 카시트, 캠핑용 텐트와 침구류까지, 반려동물이 익숙한 공간을 어디서든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다. 릴리브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확장을 준비 중이다. 미끄럼 방지 계단 매트나 반려동물 전용 소파처럼,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그 방향이다.


모든 제품은 ‘공존’에서 출발한다. 산책줄 ‘리드미터’의 손잡이 세 개도 좁은 길, 공원 등 상황별 거리를 배려한 설계다. 조 대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보다, 일상 속에서 마찰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지은 디렉터도 덧붙인다. “시간이 걸려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에요.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향이 결국 브랜드를 단단하게 키워주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하밋이 만드는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 경험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준평 기자 (kimjp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