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소방청장 "이상민, 비상계엄 당일 통화서 '警 언론사 투입 시 협력' 지시"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1.17 15:05  수정 2025.11.17 15:06

"이 전 장관, 단전·단수 요청 받은 것 물어본 후 특정 언론사 빠르게 말해"

"옛날 성(城) 공격하면 성 안에 물 끊고 쌀 끊는 것처럼 생각해"

허석곤 소방청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를 언급하며 '언론사들에 경찰이 투입되면 협력하라'고 지시했다는 허석곤 전 소방청장의 증언이 나왔다.


허 전 청장은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허 전 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인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쯤 소방청에 출근한 뒤 소방청 간부들과 상황판단 회의를 열던 중 그날 밤 11시37분쯤 이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날 공판에서 허 전 청장은 비상계엄 당일 이 전 장관과 1분30초 동안 통화를 나눈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은 전화에서 허 전 청장에게 소방 당국이 출동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고 이어 '소방청이 단전·단수 요청을 받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허 전 청장이 없다고 답하자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몇 군데를 언급했다고 한다. 허 전 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겨레·경향신문·MBC·JTBC·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빠르게 말했다"며 "빨리 말씀하셔서 몇 번 되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24시(12월4일 오전 0시)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된다, 혹은 진입한다'고 말했다"며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허 전 청장은 "경찰이 24시에 언론사에 투입되면 안에 있는 분들이 저항하지 않겠나"라며 "언론사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서 옛날에 성(城)을 공격하면 성 안에 물을 끊고 쌀을 끊고 하지 않나. 그래서 소방에 단전·단수를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사다리차가 있으니까 다른 요청도 있을 수 있다"며 "앞에 단전·단수 요청이 온 게 있는지 말했기 때문에 경찰이 단전·단수를 요청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허 전 청장은 당시 가졌던 생각과 관련해 "단전·단수는 소방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30년간 쭉 청장까지 했는데 단전·단수를 해 본 적도, 지시해본 적도 없다"며 "단전·단수를 하면 엘리베이터도 멈추고 소방은 물이 필수인데 물이 차단되고 건물은 위험해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기 위해 이영팔 당시 소방청 차장에게 '단전·단수가 우리 의무입니까'라고 물어봤고 이 전 차장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른 간부들 역시 '신중하게 생각하시라'고 해 결국 단전·단수는 소방청의 의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허 전 청장은 강조했다.


허 전 청장은 이 전 장관과의 통화가 끝난 뒤 서울소방재난본부, 경기도 재난본부 등에 전화한 경위와 관련해서는 "국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시·도본부장에게 상황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