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참여형도 뉴딜 방식 재현
“또 관제펀드 반복” 우려 확산
국회 “핵심 정보 부재·예산 보류”
지속 가능한 장기 투자 구조 요구 커져
이억원(왼쪽 네번째)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현판식에서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및 5대 금융지주 회장과 현판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외치며 150조 국민성장펀드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민참여 뉴딜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진 전례를 기반으로 펀드를 구성하게 된다면, 또 다시 ‘관제 펀드’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산업은행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와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현판식을 진행하는 등 출범 전 사전 절차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해 정책금융·민간금융의 조성 협력을 공식화했다.
이 위원장은 협약식에서 “국민성장펀드는 지원방식과 협업체계도 그간 산업금융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며 “기존의 영업관행과 마인드는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민성장펀드 조성 및 운용방안’을 발표하며 국민성장펀드 150조 중 국민참여형 펀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국민참여 뉴딜펀드’의 선례를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참여 뉴딜펀드의 수익률이 1년 만기 예금금리(2~3%)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참여형 펀드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만기(46개월)를 맞아 청산된 뉴딜펀드 10개의 평균 수익률은 2.14%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1년 만기 예금금리(2~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펀드는 아예 손실을 냈다. ‘타임폴리오 혁신성장 그린뉴딜 일반 사모투자신탁’은 6.18%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해 일반 국민 기준 수익률은 높게 보였지만, 정부 지원분을 제외한 ‘실제 펀드 수익률’(자펀드 기준)은 평균 0.75%에 불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최근 예비심사보고서에서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임에도 10개 공모펀드 중 7개가 5%에도 못 미쳤다”며 성과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문 정부의 ‘뉴딜 인프라 펀드’와 유사한 방식의 세제 혜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배당소득에 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엔 15.4% 분리과세가 적용되며, 초과 시엔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세제 인센티브 등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위해 내년에 편성한 예산은 1조원이지만, 여야가 예산 편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보류’로 남은 상태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고 2026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펀드는 매우 위험하다”며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모든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은 전액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우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펀드의 구성, 필요성, 목표에 따른 실행 계획이 정부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면서도 “정부 조성 목표가가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늘어났는데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마중물 개념의 투자임을 고려했을 때 정부 예산도 (이에 맞춰) 5000억원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줄어들지 않자 소위 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관련 예산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비쟁점 예산을 먼저 논의한 뒤 쟁점 예산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내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참여형 펀드가 이 위원장이 강조한 ‘새로운 길’이 아니라 문 정부 ‘뉴딜 펀드’의 전례를 따르는 정도에 그친다면 그간 매 정부마다 반복된 관제 펀드의 결말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싱가폴 테마섹(Temasek)이나 오일 펀드 등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펀드인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연속성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며 “정부 주도 펀드가 초기에는 탄력을 받다가 반짝 전시성 행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뉴딜펀드가 저조한 수익률로 끝나버린 것도 정권이 바뀌면 철지난 유물처럼 처리해 버리는 관행이 문제”라며 “이번 정권의 성과가 될 단기적 행정력 투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해 경제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일침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