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도급 과정서 안전관리 책임 모호
지난 15일 오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대형 구조물 붕괴현장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몰자 사고수습을 마무리하며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7명의 사망자를 낸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현장에서는 책임의 외주화, 제도적 관리 부실 등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께 발생한 사고는 수명을 다한 63m 높이 보일러 타워 5호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날 작업에 동원된 인원은 하청·재하청 소속의 발파 전문업체 노동자들이다. 사고 피해자 9명 중 1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계약직·일용직이었다.
붕괴 당시 작업자들은 구조물 취약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 후 잔해에 매몰됐던 7명은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망자들 중에는 해당 현장 투입이 처음이었던 초보 노동자도 있었다.
사고가 난 해체공사는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했고, 시공은 HJ중공업이 맡았다. 발파 해체는 다시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가 담당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공사 과정은 계획과 달랐다.
지난 10일 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취재진은 당시 발파를 앞둔 6호기의 취약화 진척 정도를 물었는데, 오영민 중앙사고수습본부 대변인은 “(5호기 붕괴 이전에는) 모든 취약화 작업이 1m, 12m, 25m에서 되고 있는데, (이번 6호기의 경우) 25m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취약화를 안 한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계획에 없는 25m 지점에서 추가 취약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미 불안정한 4개 기둥만으로 상부를 지탱하던 타워에 무리가 더해진 셈이다.
모호한 안전관리 책임 의무…과거 사례 재조명
업무 도급 과정에서 안전관리의 모호함으로 하청 노동자가 희생 당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 소속 하청 노동자 김충현 씨의 사망 사고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발전설비 부품을 가공하던 중 기계에 옷이 말려들어가는 사고로 숨졌다. 김씨는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으로, 당일 작업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업무를 혼자 수행하다 변을 당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배터리가 폭발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도급 과정에서 안전관리의 부재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노동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교육·안전조치 미비와 책임 있는 관리 체계의 부재, 불법파견 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게 업무를 도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조명된다. 일각에선 이를 ‘위험의 외주화’로 칭하지만 원청이 모든 업무를 전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기업은 비핵심 업무나 특정 프로젝트를 외주 전문업체에 맡김으로써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다. 직접 인력 고용에 따른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도급업체 역시 특정 분야에 맞는 인력풀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업무의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업무를 전담하면서 상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도급 과정에서 안전관리 책임과 의무가 불명확해지는 문제도 거론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는 “도급인은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고 명시됐다.
불법 파견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시는 불가하도록 한 것이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모호한 책임 의무가 불러 온 인재”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행 제도는 누가 어떻게 안전조치를 하는 지 예측할 수 없다”며 “업무를 도급하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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