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네일숍도 생일카페… 팬덤이 만든 상권, 진화하는 '덕질' 문화[D: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20 08:38  수정 2025.11.20 08:39

아이돌 팬덤이 만드는 생일카페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자발적 기획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를 넘어 중식당, 네일숍 등 다양한 업종과 협업하며 오프라인 축제의 형식을 갖추는가 하면 팬덤이 기획·홍보·운영 전 과정을 주도하며 새로운 '덕질'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생일카페 '사쿠야 인턴은 퇴근을 하고 싶어' 문 앞.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지난 16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는 보이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 멤버 사쿠야의 생일을 기념한 테마 카페가 여러 곳에서 동시에 운영됐다. 생일카페 '최고의 딸기를 찾아서'는 최소 500명 이상의 팬이 몰리면서 행사 시작 후 약 4시간이 지나서야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붐볐다. 또 다른 생일카페 '사쿠야 인턴은 퇴근을 하고 싶어'는 대기 번호표가 조기 마감되며 오후 늦게까지 대기줄이 이어졌다.


생일카페를 기획한 A씨는 "수익이 거의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디자인, 홍보, 협업까지 통상 3~4개월의 준비 시간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말한다. 현장을 찾은 20대 팬 서모씨는 "이제 생일카페는 팬들 사이에선 당연한 문화"라며 "단순히 굿즈 받으러 가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랑 나들이하듯 들르는 주말 코스"라고 말했다.


생일카페 '듀듀 파티시엘' 내부.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카페마다 콘셉트도 다양했다. 기자가 방문한 생일카페 '듀듀 파티시엘'은 사쿠야를 대표하는 이모티콘 '빵'을 테마로 카페 내부 전체가 그의 이미지로 꾸며졌고 포토부스, 엽서 등 굿즈, 카카오톡 테마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QR코드 쿠폰 등 체험 요소가 풍부했다. 팬들이 자체 제작한 비공식 굿즈를 럭키드로우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식도 인기를 끌었다.


ⓒX(구 '트위터') '朴成淏阿' 계정

특히 눈에 띄는 건 업종의 확장이다. 카페 대관을 넘어 중식당이나 네일숍까지 팬이 주도하는 생일 이벤트 장소로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하이브 소속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멤버 성호의 생일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중식당 '성호각'이 이벤트 장소가 됐다. 멤버 이름과 가게명이 같다는 이유로 팬들이 먼저 제안했고 사장도 흔쾌히 응했다.


'성호각' 사장 B씨는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만큼 인기가 있었고, 이벤트를 주최한 팬덤이 너무 열정적으로 일해줘서 감동받았다"며 "내년에도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생일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팬들이 따로 찾아와 사진을 찍고 리뷰를 남기는 등 가게 인지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네일숍 '핑크모모' 인스타그램

같은 달 하이브의 또 다른 보이그룹 앤팀(&TEAM) 멤버 의주의 생일 이벤트는 네일숍에서 열렸다. 주최한 팬은 의주가 유료 소통 플랫폼 위버스 디엠(DM)에서 언급한 "'내일'도 화이팅"이라는 말을 '네일'로 풀어내 서울 도봉구의 한 네일숍과 협업한 한정 디자인 시술을 진행했다. 예약은 빠르게 마감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해당 이벤트를 보고 생일을 기념하는 동시에 실용적인 결과물까지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운 기획이라는 평이 잇따랐다.


생일카페 '최고의 딸기를 찾아서' 전경.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생일카페 문화의 핵심은 팬덤이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축제를 설계하는 '능동적 생산자'로 거듭났다는 데 있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어 판을 벌이고, 그 열기가 다양한 업종과 결합하면서 실용적인 놀이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열기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낙수효과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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