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전이 포용금융?…시장 원칙 무너뜨린 이재명 정부 [금융규제 역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1.19 07:05  수정 2025.11.19 07:05

농협·신한·기업·SC·iM뱅크 등 주요 은행서 금리 역전 현상 확인

정부 ‘포용금융’ 드라이브 속 신용도·위험기반 원칙 흔들려

저신용자 금리 인하 뒤엔 대출축소 우려…“포용금융 역행” 지적

이재명 정부가 연일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최근 은행권에서 신용점수가 높은 대출자들에게 낮은 대출자들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정부가 연일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최근 은행권에서 신용점수가 높은 대출자들에게 낮은 대출자들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현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라고 비판하자, 은행권에서 정부 기조에 맞춰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를 적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용으로 형성된 시장 원칙이 무너지면서 겉으로는 저신용자에 저금리 대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는 은행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건수를 줄이는 ‘포용금융 역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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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NH농협은행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 601∼650점 가계대출자의 평균 금리는 연 6.19%로 600점 이하 대출자(5.98%)보다 0.21%p(포인트) 높았다.


올 8월까지만 해도 600점 이하 대출자에게 적용된 평균 금리는 7.10%였다. 불과 한 달 만에 이자 부담이 1%p넘게 줄었다.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iM뱅크 등에서도 동일하게 가계대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iM뱅크는 600점 이하 대출자의 평균 금리가 5.18%로, 601~650점 대출자(8.72%)보다 3.54%p 낮았고, 심지어 801~850점(5.26%) 대출자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았다.


이는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연일 ‘포용금융’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저신용자에 대한 고금리를 질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금리가 연 15%인 일부 서민 대출에 대해 ‘잔인한 금리’라 질타한 데 이어 지난 13일엔 6대 개혁 과제의 하나로 금융을 꼽고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다. 기존 사고에 매이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하고, 금융기관도 공적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금융 개혁 드라이브를 걸자, 금융당국도 이날 오전 5대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 서울보증보험의 본부장과 함께 ‘포용금융 소통·점검회의’에 나섰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어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자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1차원적 ‘포용금융’ 기조가 금융시장의 기본 질서를 흔들 경우 ‘신뢰’라는 신용 기반으로 형성된 시장에서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배척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역전 현상은 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중·저신용층에게 이자율을 올리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자율을 높게 받는 것이고 담보가 있고 신용이 높으면 리스크가 적으니 적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저신용자에게 이자율을 낮게 부과할진 몰라도 실질적으로 대출을 안 해주려고 한다. 대출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니 따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건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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