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정체기 속 인테리어·환기·스마트홈 영역 넓혀
연출·공기질·스마트홈 묶어 주거·건축 시장도 겨냥
LG전자가 온라인브랜드샵(LGE.COM)에 가전과 어울리는 리빙 제품과 인테리어를 제안하는 ‘홈스타일(Home Style)’ 서비스를 오픈했다. 고객은 홈스타일을 통해 가전뿐 아니라 가구, 조명, 주방∙생활용품 등을 함께 구매하고 홈스타일리스트의 1대1 맞춤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LG전자
LG전자가 집이라는 공간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 가전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 틀에서 벗어나, 인테리어·공기질·환기까지 아우르는 ‘공간 패키지’ 전략을 앞세워 생활공간 전체를 사업 무대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니라 거주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주방·거실·침실 등 공간별 동선과 시각적 톤을 통합해 제시하는 인테리어 솔루션을 도입했다. 가전과 가구, 자재를 묶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스스로 집 전체의 무드를 설계하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오브제컬렉션으로 확장된 가전 디자인을 실내 인테리어 레벨로 끌어올리며, 생활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양새다.
동시에 LG전자는 실내 공기질 관리와 환기 시스템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존 공조(에어솔루션) 제품군을 넘어, 미세먼지·유해가스·환기량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을 확장하면서 건설사·인테리어 업체와의 협업도 늘리고 있다. 건축 단계부터 환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은 ‘가전회사’의 경계를 벗어나 건축·설비 시장까지 포섭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LG전자가가정용 환기시스템 ‘LG 프리미엄 환기 PLUS(플러스)'를 출시한다. 신제품은AI 공기질 센서로 실내 오염을 감지하고 필터를 통해 정화한 외부 공기를 집 안으로 공급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한다.ⓒLG전자
스마트홈 플랫폼도 속도를 내고 있다. ThinQ 앱을 중심으로 냉장고·에어컨·정수기·청정기 등 개별 제품 제어를 넘어, 에너지 사용량·공기질·생활 패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고도화 중이다. 집 안의 모든 사물과 기능을 하나의 운영체제로 묶으려는 시도다.
이 같은 확장 전략은 가전 시장의 정체가 본격화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TV·가전 시장이 성장 둔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집이라는 공간 전체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택 건설·리모델링 시장은 50조 원을 넘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어, 인테리어·환기·스마트홈을 묶은 ‘공간 패키지’는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경쟁사 대비 집 안의 세부 영역을 더 촘촘하게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가전 판매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생활 패턴·동선·시각적 무드·환경 제어까지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B2B 협력, 건설사 프로젝트, 리모델링 시장 확대와도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LG전자의 행보는 개별 가전 중심의 경쟁 구도를 넘어, 누가 ‘집 전체의 경험’을 설계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가전과 공간, 환경과 플랫폼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전략은 단순 확장을 넘어 사업 구조의 전환에 가깝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기업의 역할이 제품 판매에서 ‘거주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변화하고 있다”며 “LG전자의 전략은 장기적으로 건설·리모델링 등 주거 생태계 전반과의 결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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