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실무 조율 핵심보직 인선은 언제쯤
'反기재부 기류' 정서로 부처 1급 기용 안하나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고요한 존재감
"정책 메시지 균형·완성도 떨어뜨릴 수밖에"
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 6월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조직개편안 및 1차 인선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진영 사회수석비서관, 김용범 정책실장, 강 비서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뉴시스
대통령실 성장경제비서관(1급) 자리가 5개월째 공석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 경제팀의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참모진 진용이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경제성장수석실의 선임급 자리가 장기간 채워지지 않으면서 대통령식 안팎 뿐 아니라 관가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성장경제비서관은 과거 경제금융비서관에 해당하는 자리로 현 경제성장수석인 하준경 당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각 부처 정책을 총괄·조율하는 핵심 포스트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경제 회복과 성장동력 확보를 국정 기조로 앞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표 경제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맡을 성장경제비서관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 한 축이 비어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성장수석실 산하 6개 비서관(성장경제·산업정책·국토교통·농림축산·중소벤처·해양수산) 가운데 '선임 격'으로 분류되는 성장경제비서관은 그동안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책통 1급 관료들이 주로 맡아 왔다. 임기 중 대통령실에서 경제정책 조율 경험을 쌓은 뒤 차관급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권 초반에는 관가에서 '가고 싶은 자리'로 꼽히던 요직이다. 기재부·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 부처의 정책을 연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만큼 실무 영향력도 상당하다.
관가에서는 대통령실의 '반(反)기획재정부 정서'가 인사 지연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과 기재부 간 미묘한 불협화음이 적지 않게 포착돼 왔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기존의 기재부 중심 정책 운용 방식에 대한 구조적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재부 출신 인사 영입을 계속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현 정부는 경제정책 컨트롤을 대통령실 정책실 중심으로 재편해 왔다. 특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금리·물가 대응, 최근 10·15 부동산 대책 등 굵직한 경제 현안 발표에서 김 실장이 전면에 나서고, 정작 이를 총괄·보좌해야 할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책실장 다음 경제성장수석 경제부처로 이어지는 '정책 라인'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성장수석실의 위상 자체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그 핵심 브레인인 성장경제비서관 자리까지 공석이 길어지면서 정책 조율 기능이 분산·약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경제성장수석실이 정책 조정의 축이지만, 실제 경제 정책과 메시지 생산은 상당 부분 정책실로 집중되고 있다"며 "경제성장수석실의 실무·조정 기능이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된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연일 민생·성장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기업 경제인 간담회, 지역 경제현장 방문, 규제 완화 주문 등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안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정책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실행 전략을 짜야 할 핵심 참모 라인이 정비되지 않은 것은 정책 추진 속도와 연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성장경제비서관 후보군을 최대한 빨리 검토한 뒤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란 얘기들이 나오지만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기재부 출신 인사와 민간 금융 전문가, 공공부문 경력자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지만 최종 매칭은 '정무적 부담' '역할 설정' '조직 안착' 등을 놓고 대통령실이 아직까지도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인선 지연 문제가 아니라 정부 경제 정책 운용 방식의 변화와 직결된다는 시각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기존 정부들이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책 축을 운용해 왔다면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이 직접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정부 부처는 집행력에 집중하는 체계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같은 구조가 성공하려면 정책실, 경제성장수석실, 경제 부처 간 연결을 담당하는 내부 컨트롤 라인이 견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장경제비서관의 장기 공석은 반드시 해소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현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경제 라인 핵심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은 결국 정책 메시지의 균형과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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