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보다 '감성' 원하는 아빠의 패밀리카…푸조 5008 GT [시승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1.25 07:00  수정 2025.11.25 07:00

푸조 5008 SUV GT 트림 시승기

나무랄 데 없는 디자인과 날렵한 주행감

3인가구 패밀리카로는 충분…적당한 공간감

한박자 늦는 인터페이스·오토홀드 부재 아쉬워

푸조 5008 SUV ⓒ푸조

큼직한 패밀리카 라인업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공간보다 감성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선택지는 여전히 많지 않다. 늘 운전석에 앉는 아빠의 니즈는 넓은 뒷좌석 보다 더 다양할지 모르는 데도 말이다.


푸조 5008은 감성으로 아빠들을 자극하는 몇 안되는 대중 브랜드 SUV다. 프랑스 태생 다운 수려한 디자인과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한 푸조 특유의 주행감을 통해서다.


다수의 입맛은 이미 공간으로 승부하는 국산 모델에 길들여진 상태. 푸조는 틈새시장을 뚫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푸조 5008 GT 트림을 직접 패밀리카로 이용해 봤다.


푸조 5008 정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푸조의 얼굴을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몸집이 그리 크지도 않으면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한 포스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중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경쟁자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쉽게 건들 수 없는 인상을 완성하는 건 역시 푸조의 패밀리룩인 날렵한 헤드램프와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한 시그니처 DRL(주간주행등)이다. 얇은 선 만으로 멀리서도 단번에 푸조임을 알아볼 수 있고, 연식과 관계없이 늘 매력적인 요소다.


헤드램프와 그릴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돼있으면서도 헤드램프 눈 앞머리를 흰색으로 강조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덕분에 촘촘하게 짜여진 그릴이 프레임 없이도 헤드램프와 분리돼 세련된 인상을 주고, 스포티하고 날렵한 얼굴도 더욱 강조되는 듯 하다.


푸조 5008 후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국내 동급 기준으로 보면 다소 작아 보이지만, 뭉툭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뒤태는 타보지 않더라도 넉넉한 헤드룸을 갖췄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측면 역시 전면과 같이 곡선보다는 직선이 강조됐는데,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에 퉁퉁하게 강조된 펜더가 더해지면서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상을 만들어낸다. 사람으로 치면 키는 작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가득한 남성을 보는 듯 하다.


사자 발톱 자국을 형상화 한 푸조 특유의 리어램프는 마지막 모델 체인지가 4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련됐다. 특히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리어램프 그래픽이 순차적으로 켜지는 형태로 깜빡이는데, 시인성도 스타일도 모두 잡은 디자인이다.


푸조 5008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내부는 어떤 모델을 타더라도 느껴지는 '푸조다움'이 포인트다. 두껍게 안쪽으로 패인 계기판 모양새와 손바닥만한 디스플레이가 연식변경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적당히 고급스러우면서 심플하게 꾸며진 인테리어 감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푸조 5008 실내의 매력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특히 배가된다. 기능과 디자인이 모두 운전자 중심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푸조 특유의 상단부와 하단부가 잘린 스티어링 휠은 잡을 때마다 만족스러운 그립감을 주고, 디스플레이부터 각종 물리버튼까지 중앙 센터페시아 역시 운전석을 향해 각도가 틀어져있다. 탈 때마다 흐뭇한 기분을 느끼는 건 이런 작은 요소에서 시작된다.


푸조 5008 GT 중앙 디스플레이와 토글 스위치.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대시보드 중앙의 8인치 디스플레이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왜소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특히 터치 스크린 아래에 위치한 토글 스위치가 상당히 감각적으로 디자인 됐는데, 항공기 조종석 설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덕분에 전화, 실내 온도 조절, 오디오 등 주요 기능을 디스플레이에서 찾지 않아도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가 크기 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자체 내비가 탑재돼있지 않아 휴대폰 연결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띄워야 하는데, 문제는 무선 미러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차에 오를 때마다 유선으로 연결해야하는 수고로움은 4년 전엔 괜찮았을 지 몰라도, 2025년엔 상당히 속상한 요소다.


2열은 작아보이는 몸집 대비 꽤나 넉넉한 편이다. 160cm 여성 기준 헤드룸, 레그룸 모두 여유롭다. 좌석을 폴딩해서 잠을 잔다거나, 32인치 캐리어를 두세개씩 싣겠다면 비좁겠지만 3-4인가족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뒷좌석에 앉을 아이가 180cm쯤 된다면 재고해보길 바란다.


푸조 5008 GT 2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유행과 관계없이 멋스러운 내외관 나름대로도 만족스럽지만, 사실 푸조 5008 GT의 매력은 밟는 맛에 있다. 요즘차 같은 맛이 덜해 마음이 영 기울지 않는다 하더라도, 푸조 5008을 살피고 있다면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꼭 밟아보기를 권한다.


푸조 5008 GT는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과 EAT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푸조 특유의 주행의 즐거움과 높은효율성을 함께 갖춘 것이 특징이다. 최고출력은 131마력(55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다.


토크나 마력 같은 숫자와 관계없이, 푸조의 즐거움은 미끄러지듯이 튀어 나가는 주행감에서 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량 몸뚱이가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날쌔게 속도를 올려낸다. 가속시 들리는 엔진음이 경쾌하게 들릴 정도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도 훌륭하지만, 코너링시 차량의 중심도 확실하게 잡아준다. 저속에선 부드럽고 가볍게 돌아가고, 고속 주행 상황에서 묵직해지며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여타 차량과 비교해 작고 슬림하게 생겨서는, 꽤나 든든하게 할일을 곧잘 해낸다.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 (ADAS) 실력도 꽤 준수하다.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을 지원해 차량간 거리와 차선 유지 기능을 갖췄는데, 차선이 중앙을 벗어나자 민감하고 재빠르게 중심을 잡아낸다. 국산차의 ADAS에 길들여진 이들도 충분히 신뢰할만 한 수준이다.



푸조 5008 GT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연비 역시 꽤나 만족스럽다. 약 300km를 내달린 이후 확인한 연비는 14.1km/ℓ. 하이브리드차도 아니면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연료 효율성이 대단히 훌륭한 수준이다. 푸조 5008 GT의 공인연비는 복합 12.1km/ℓ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대단히 잘 팔리는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국내에 푸조 마니아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체감됐다. 커다란 몸집으로 대동단결한 국내 패밀리카들이 못내 아쉽다면, 서둘러 푸조 전시장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내연기관의 시대는 당신의 아이가 자라는 속도보다 훨씬 더 길 지 모른다.



▲타깃

-크기만 하고 못생긴 녀석은 가라…디자인이 최고인 당신

-도로에 널린 똑같은 패밀리카는 구매하기 싫다면


▲주의할 점

-새 차 샀다고 자랑해도 원하는 대답을 못 들을 수 있다

-애가 작을 땐 괜찮았는데…언젠가 공간이 중요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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