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1년' 눈앞으로 성큼
당내선 "지도부의 사과 필요해"
일각선 "또 사과하면 내부분열"
지도부, 침묵 이어가며 고심 중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송언석 원내대표, 왼쪽은 김민수 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2·3 비상계엄령 선포 1년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이 '계엄 사과'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수도권·혁신파 의원들은 계엄 1년이란 상징성을 살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강경파들의 '사과 무용론'을 앞세워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번 계엄 사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물론 내년 6·3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계엄 1주년 사과 성명'을 준비 중이다. 계엄이 선포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의 사과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지도부에서도 사과와 성찰의 메시지가 나가면 좋겠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며 "공식적으로 몇 명이 의사 표시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원들 대다수는 아주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초·재선을 중심으로 사과 성명을 준비중이란 것을 인정한 것이다.
경기 포천·가평을 지역구로 둔 김용태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누가 주도하지 않더라도 아마 이러한 메시지들이 당내 다양한 곳에서 폭발적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계엄은 보수의 가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메시지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공식적으로계엄에 대한 사과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계엄 사과에 대한 요구가 빗발 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여당의 지속된 실책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강경 지지층만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이 막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선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의 표심이 필수인데,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없이는 중도층의 표를 흡수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거사다리 정상화 특별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래 사과라고 하는 건 사과받는 분들이 그 진심을 느낄 때 사과로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사과를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떤가. 국민의힘의 진심, 진정성이 국민에게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진심을 담은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무당층이 우리 지지층보다 더 많다는 여론조사가 다수인데 그분들이 왜 우리 당을 선택하지 않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꼭 1년이라서가 아니라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은 처음부터 무조건 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왼쪽), 김재섭 의원(오른쪽)이 지난 3월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 수차례 당의 주요 인사들이 계엄에 대해 사과를 한 만큼, 더 이상의 사과는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과를 안 해서 진 것이 아니다. 무릎 꿇지 않아야 할 때 굴종했기 때문에 진 것"이라며 "우리 당의 대표에게 무릎 꿇으라 외치지 마시라. 당원을 대표하는 당대표를 무릎 꿇리는 것은 우리 지지자들의 무릎을 꿇리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사과하자는 분들, 이미 충분히 마음껏 하시지 않았나? 이번에는 무엇을 위한 사과인가?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사과인가? 내란 수사를 피하기 위한 사과인가?"라며 "국민과 우리 지지자들께 드려야 할 사과가 있다면,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막지 않고,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2번이나 탄핵하고, 이재명을 저 자리에 앉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난 26일 CBS라디오에 나와 "이미 우리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사과를 아주 세게 했고, 지금이 또 사과할 만큼의 상황이냐"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부 분열이 또 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1년이 됐다고 사과하고, 과거를 부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을 때 지금 우리 당을 구성하고 있는 분들 또는 지지하고 있는 많은 분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봐야 한다"며 "일회성 사과로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내 의견이 팽팽이 맞서면서 분열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인근 식당에서 지도부 간의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을 계기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대한 부당한 내란몰이를 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사과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장동혁 대표는 당 내부뿐만 아니라 당 안팎으로 굉장히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 결론난 건 전혀 없고 조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원내부대표들을 통해 당 의원 107명과 직접 접촉하고, 계엄 사과 여부와 시기·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가 닿지 못하는 일들이 대부분인데 계엄은 국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걸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지방선거 정국으로 넘어간다는 건 이길 생각이 없다는 뜻이나 같다. 어떤 방법으로든 사과하는 메시지는 나와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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