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제재심 장기화에 후속 심사 '줄줄이 대기'
경영 불확실성에 신사업 '주춤'…행정절차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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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심사가 해를 넘겨 1년 이상 멈춰 섰다. 금융당국이 미신고 사업자 거래 및 고객확인의무(KYC) 위반 등에 대한 제재 절차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갱신 수리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 상태에 빠진 것이다. 업계 1위 업비트를 시작으로 거래소 대상 제재 절차가 길어지면서 연내 갱신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년 넘게 멈춘 갱신 심사… '임시 연장'으로 버티는 거래소들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의 VASP 갱신 심사는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3년마다 신고를 갱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말 업비트를 시작으로 주요 원화마켓 거래소들이 순차적으로 갱신 서류를 제출했으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아직 단 한 곳의 갱신도 수리하지 않았다. 현재 각 거래소는 기존 신고 효력을 임시로 연장하는 불안정한 형태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심사 중단의 핵심 원인은 '제재 절차'다. FIU는 갱신 심사에 앞서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고객확인의무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이행 여부를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별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 절차가 먼저 진행되면서 갱신 심사는 뒤로 밀린 상태다.
'업비트 제재' 장기화…지연된 VASP 갱신 심사
심사 지연의 주된 배경으로는 첫 타자인 업비트의 제재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진 점이 꼽힌다.
FIU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업비트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해 대규모 고객확인 의무 위반과 의심거래 미보고,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등을 적발했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올해 2월 ‘신규 영업 일부 정지’ 조치 등을 먼저 통보했으나, 과태료 산정을 위한 제재심 의결은 이달 6일에야 이뤄졌다. 의결된 과태료는 352억원으로, 현장검사 종료 후 최종 제재 확정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과태료 의결로 행정 절차의 한 고비는 넘겼으나 업비트가 지난 2월 부과받은 영업 정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이 변수로 남아있다.
다음달 4일 해당 소송의 3차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갱신 심사를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미루는 것은 업계 상황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심사가 1년 이상 지체된 상황에서 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줄줄이 대기 중인 제재심… 인력난 겹쳐 연내 갱신 '불투명'
업비트의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현장검사를 마친 순서대로 코빗(지난해 10월), 고팍스(지난해 12월), 빗썸(올해 3월), 코인원(올해 4월) 등 나머지 거래소들에 대한 제재심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거래소들 역시 업비트와 유사한 위반 사례가 적발된 만큼, 수백억원대 과징금과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빗썸의 경우 최근 오더북 관련 추가 검사까지 받아 심사 순번이 가장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FIU 내부의 인력난도 지연 사유로 꼽힌다. FIU 가상자산검사과 전체 인원은 10명 미만이며 이 중 제재 및 갱신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위반 건수와 법리 검토를 동시에 처리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거래소들의 VASP 갱신이 연내 마무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커지는 불확실성에 업계 '답답'
심사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갱신 확정이 늦어지면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보수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1년 넘게 갱신 신고를 수리해 주지 않아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추진하려 해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들은 현장검사를 다 받았고 소명 등 할 수 있는 영역은 다 했다"며 "이제는 당국이 행정 절차상 결정을 빨리 내려 불확실성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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