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 제안 일주일 넘게 침묵하는 北…난처해진 李정부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1.28 04:05  수정 2025.11.28 04:05

남북대화 출발선부터 제동…반응조차 없어

'적대적 두 국가' 못박은 뒤 호응 쉽지 않아

공개 제안 침묵 속 '주도권' 과시 효과 기대

지난 2018년 10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후 남측 수석대표 김도균 소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안익산 육군 중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국방부의 남북 군사회담 제안에 일주일 넘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 채널 복원을 위한 제의였지만 북한 군 당국이 이를 사실상 무시하면서 대화 국면 조성 시도 자체가 출발선에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남북 군사회담을 열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재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군사적 오해 가능성을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별도의 입장문의 발표는 물론 내부 매체를 통한 간접 반응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신호라도 필요한데 지금까지 전혀 감지가 되지 않고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북한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경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은 없으며 어떤 것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남북 관계를 철저하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후부터 우리 정부의 회담 제안에 호응하기가 애초부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다음 달 중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런 대형 정치 이벤트를 준비하는 국면에서 남측과의 대화는 전략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 전원회의와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의 향후 진로를 확정하는 정치일정"이라며 "이 시기에 남측과의 접촉은 내부 결속을 해칠 위험 요소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급격히 고조된 상황이 아니라면 북한 입장에선 남측 제안에 굳이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공개 제안에 침묵하는 것이 '주도권'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북한의 응답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화 제의가 장기간 외면될 경우, 오히려 이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가 다른 메시지를 내놓기도 애매해진다"며 "이럴 때일수록 조급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남북 간 단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침묵이 단순한 시간 끌기인지 전략적 무시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한반도 구상과 군사적 안정 유지 방안이 첫 걸음부터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