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기차 100% 충전 못한다?…'스마트 충전기' 두고 갑론을박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1.26 07:30  수정 2025.11.26 07:31

내년부터 정부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본격 확대 예정

"보조금 없앨라"…현대차부터 수입차까지 대거 참여

충전량 원격 제어 및 배터리 시스템 정보 수집

"완충과 화재는 무관" vs "셀 이상 정보 미리 파악"

ⓒ뉴시스

지난해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화재 예방 대책으로 내놨던 정부의 '스마트 제어 충전기' 사업이 큰 산을 넘었다.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앞세워 차량 제조사들에게 해당 충전기를 통한 배터리 정보를 제공받는 데 합의하면서다.


내년부터 각종 전기차 모델이 스마트 충전기의 제어를 받게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전기차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줄어든 주행거리 만큼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26일 업계 및 정부 사업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스마트 제어 충전기 사업을 위해 BMS 정보를 제공받는 데 합의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업체부터 메르세데스-벤츠, BMW, 테슬라 등 수입차 브랜드도 수집에 동의한 상태다. 제조사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해 OTA(무선 업데이트) 또는 리콜 등을 통해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는 지난해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화재 예방 충전기'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정부 주도의 사업이다. 작년 말부터 보급이 시작됐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의 BMS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그동안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기차의 두뇌'로 불리는 BMS는 배터리 전압과 온도 등을 살펴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고, 사용자에게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 빠른 대처를 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제조사들로서는 각 사의 전기차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상당히 민감한 정보다.


정부는 BMS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제조사들로부터 동의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또, 배터리 민감정보를 암호화해 민간 충전 사업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별도의 보안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 사업에 관련된 한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들로서는 배터리 정보가 워낙 기밀 사안이라 작년부터 수차례 합의가 불발됐다가, 최근 합의를 끝낸 상태"라며 "배터리 민감 정보를 암호화해 정부에서만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약속하고,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시스

내년부터 스마트 제어 충전기에 호환되는 전기차가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충전 사업자가 전기차 충전량을 제한하면 전기차 사용자가 100%까지 충전하고 싶어도 충전이 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량 제한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청라 화재 원인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를 완충하면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화재 당시 전기차 완충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자 현대차는 '100%까지 충전하더라도 안전하다'는 내용의 설명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전기차는 화면에서 100% 충전됐다고 표시되더라도, 항상 여분 용량이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전기차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BMS를 구축해 배터리에 이상이 있을 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정부에서 굳이 나서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글로벌 주요국과 달리 한국에서 유독 전기차 인식이 크게 부정적인 만큼 정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의 도입 목적이 '충전량 제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배터리 안전 관리'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정부는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각 제조사들로부터 수집한 BMS 정보를 한 데 모으는 시스템을 현재 구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사업이 잘 정착되면 충전 중인 전기차의 셀 하나가 갑자기 온도가 높아졌다거나, 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문제 정보를 충전 사업자에게 보내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일괄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며 "불에 타고 난 후 전기차는 화재 원인 파악이 매우 어려운데, 사고 후에도 배터리에 이상 징후가 있었는지 추적 관리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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