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성지(성지)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㊹]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1.26 14:10  수정 2025.11.26 14:10

하남시 향토유적 4호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성지를 찾았다. 주차장이 학교 운동장처럼 넓어 여유롭다. 얇은 판석을 켜켜이 쌓은 높다란 담장은 마치 성곽 같은 느낌이 든다. 성문처럼 생긴 둥그런 은총문을 들어서면 성모자상이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판석을 켜켜이 쌓아 커다란 성문처럼 생긴 성당 정문


오른편 성당 쪽으로 가는 길목에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묘역에는 103위 한국 성인 중 한 분이신 김성우 안토니오를 비롯하여 아홉 분의 순교자가 태어나고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박해시대 순교하신 후 묻힌 전묘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곳은 거룩한 성지로서 교회사적으로 큰 의미가 담겨 있으며, 다른 성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돌담으로 쌓은 담장안에 순교하신 아홉 분이 안장된 묘지


이곳 성당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 쌓인 낮은 단층 건물로 한옥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성당 외벽에는 피에르 모방 신부님 상이 새겨져 있다. 또한, 모양이 각각 다른 창틀이 있는데 박해시대 형구를 형상화한 칼창, 감옥창, 곤장창, 포승줄창 등 다양한 모양이 있어 당시 천주교인들의 형벌과 고문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은 짐작이 된다.


ⓒ소나무 숲에 둘러쌓인 성당


성당 내부는 바닥과 천장이 나무로 되어 있어 산속 통나무집에 온 것처럼 평온함이 느껴진다.


ⓒ성당 바닥과 천장이 나무로 되어 있는 성전


특히 이곳 구상성지에 세워진 성모상은 초대 주임인 길홍길 이냐시오 신부가 꿈속에서 알현한 성모님의 모습을 당시 서울대학교 미대 학장이신 김세중 프란치스코 화백에게 의뢰하여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고 한다.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는 지휘봉을 들고 계시는 성모상은 구산성지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입구에 세워진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상


십자가의 길에는 기다란 도자기 위에 푸른색의 커다란 구슬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높다란 장대처럼 된 기둥 9개는 이곳의 순교자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십자가의 길 뒤편에는 옛날 교우촌에서 옹기를 구울 때 사용했던 가마가 보인다. 그 뒤쪽으로는 미사나 야외행사를 할 수 있는 넓은 잔디마당이 조성되어 있다.


ⓒ순교자를 상징하는 도자기 위의 푸른 구슬과 높다란 기둥


거북이 형상을 닮았다 하여 구산마을이라고 붙여진 이곳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1830년경이다.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과 동생 김덕심 아우구스티노, 김윤심 베드로 알칸타라 3형제와 성인의 아들 김성희, 덕심의 아들 김차희, 윤심의 아들 김경희, 6촌인 김윤희, 그리고 최지현, 심필여 슌교자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김상우 성인은 회장으로서 순교성인인 모방 신부님을 보필하였고, 공소를 짓는 등 온 힘을 다해 교우들의 신앙을 북돋아 주었다. 그 후손들은 3.1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옛날 교우촌에서 옹기를 구울 때 사용했던 가마


구산성당은 조선 최초 서양인 신부인 피에르 모방 신부가 은신하기도 했고, 조선 최초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 거처간 곳이다. 1956년에 세워진 건물은 신자인 마을 주민들이 한강변에서 직접 자갈돌을 옮겨 지은 건물이다. 2001년 4월 9일 하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되었다.


구산성지 곳곳은 천주교 신앙 선조들의 삶의 영성과 향취를 느낄 수 있으며, 교황청으로부터 천주교 신자들의 세계 순례 성지로 지정되어 순례하는 분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치유의 축복을 충만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소 :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북로 99(망월동)

전화 : 031-792-8540

주변 가볼 만한 곳 : 미사경정공원, 스타필드하남, 한강 팔당댐, 위례강변길.


조남대 작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