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0원대에 ‘급한 불 끄기식’ 동원하나
기재부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논의…환율 동원, 결코 아냐”
“연금 개입 가능성 열어둬…투입해도 효과는 일시적”
최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이 첫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데일리안
정부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을 묶은 ‘4자 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사실상 국민연금의 환율 안정 개입을 공식화했다.
이에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정책 실패의 부담을 국민 노후자산에 떠넘기는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경기 체력 약화와 구조적 요인을 방치하고 단기 처방에 의존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4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첫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으로, 지난 4월9일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26일에 열린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뉴프레임워크 논의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며 “언론 보도처럼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의 조화”를 언급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환율 방어에 연금을 투입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거론되는 카드로는 ▲전략적 환헤지(달러 매도) ▲해외주식 비중 축소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확대 등이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이른바 ‘전략적 환헤지’ 방안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구 부총리는 “기금운용위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면서도 “기재부는 기금운용위의 일원으로 국민연금의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이 조화롭게 고려되도록 논의에 참여하겠다”며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결국 정부가 연금 운용 결정 과정에 들어오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동원이 아니다’라고 반복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도구로 활용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정책 신뢰도는 물론 국민연금의 독립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노후자산을 단기적 환율 대응의 재원처럼 여기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며 “고환율의 근본 해법은 연금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성장력 회복·투자 활성화라는 구조적 처방에 있다”고 꼬집었다.
또 거론되고 있는 방안 모두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 원칙에 직접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운용위는 수익성·위험관리 원칙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게 돼 있는데, 단기 환율 방어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장기 수익률 저하와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지금 필요한 것은 뉴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정책 신뢰의 회복”이라며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연금에 기대는 순간 시장 불안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의 근본 원인이 성장률 둔화·투자 부진·수출 부진 등 국내 경제 체력 약화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연금 투입은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며 “국내총생산(GDP) 회복 없는 환율 안정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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