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성공...한화·KAI·HD현대가 연 우주산업 ‘새 챕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1.27 13:32  수정 2025.11.27 13:33

한화에어로 체계종합기업 총괄…주도권 민간으로

13기 모두 궤도 안착…“검증 넘어 실전 단계 진입”

발사체·위성·발사대 모두 국산화...5·6차 참여 확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구축한 발사대에서 발사 준비를 마친 누리호의 모습.ⓒHD현대중공업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4차 발사가 성공하며 국내 우주개발의 중심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4차 발사는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을 처음 주관해 시행된 가운데 5·6차 발사부터는 민간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우주 생태계 ‘뉴 스페이스’의 서막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발사는 첫 민간 주도 발사 성공이자, 첫 야간 발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누리호는 이날 새벽 1시13분 발사돼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부탑재체인 초소형 위성 12기까지 총 13기 위성을 600㎞ 궤도에 모두 안착시켰다.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발사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총괄했다.


이전 1~3차 발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제작·조립을 주도하고 민간이 일부 구성품을 공급하는 구조였지만 4차부터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이 제작을 전담하고 항우연은 발사운용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이 재편됐다. 한화에어로는 300여개 참여 기업을 관리하며 누리호에 들어간 6기 액체엔진 총조립을 담당했다. 중대형(누리호급 이상) 엔진 제작이 가능한 국내 민간 기업도 한화에어로가 유일하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7월 항우연에 기술 이전료 240억원을 지급하고 누리호 설계·제작·발사 운영 등 전 주기 기술을 이전받았다. 내년 5차 발사부터는 발사지휘센터(MDC)·발사관제센터(LCC) 참여가 확대되고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발사운용책임자 및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모든 임무 수행에 참여한다는 목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서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있어, 향후 국내 우주 발사체 부문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발사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 총괄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산학연이 개발한 12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기존 1호기에서 개발한 표준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KAI가 독자적으로 국내 개발한 중형급 위성이다.


해당 위성은 앞으로 3개의 탑재체를 활용해 지구 오로라·대기관 관측(한국천문연구원)과 우주 플라스마·자기장 측정을 통한 전리권 교란현상 관측(KAIST), 바이오 3D 프린팅 기반 줄기세포 3차원 분화배양 검증(한림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KAI가 총괄제작한 차세대 중형위성 3호.ⓒKAI

KAI는 위성뿐 아니라 1단 추진체 제작과 발사체 총조립에도 참여했다. 회사는 향후 위성 수출·수요가 확대될 경우 표준화된 플랫폼 기반으로 해외 위성 사업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 인프라 전반을 책임졌다. 발사대 지상기계설비와 추진제공급설비, 발사관제설비 등 발사대시스템 모든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하고 발사 전 점검·테스트 수행과 발사 운용까지 총괄했다. 발사대시스템 공정 기술 국산화율도 100%를 달성했다.


또 발사체 지상고정장치와 추진제 공급 라인, 냉각·배기계통 등 핵심 설비를 반복 진단해 내구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HD현대는 5·6차와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도 참여해 국내 발사 인프라 주도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누리호 4차 발사 외에 2027년까지 두 차례 추가 발사를 진행해 민간 중심 발사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5차 발사에서는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초소형 위성 7~11호기를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리호 4차 성공은 발사체·위성·발사대가 모두 민간에서 구축된 첫 전환점”이라며 “향후 발사 서비스와 위성 수출, 군집위성 운용까지 산업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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