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큰 변화 없이 판 갈았다… 구광모 7년차 '기술·B2B 중심' 재정비(종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27 18:13  수정 2025.11.27 19:05

부회장단 1인 체제로 축소·핵심 계열사 세대교체

ABC·B2B 중심의 ‘미래 체질’ 확정한 인사

전면적 드라이브보다 안정 속 쇄신 택한 것으로

ⓒ연합뉴스

구광모 ㈜LG 대표가 취임 7년차를 맞아 단행한 2026년 임원 인사는 ‘내실·기술 중심 리더십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부회장단 확대는 끝내 없었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그룹 부회장단은 권봉석 ㈜LG COO 1명만 남게 됐다. 한때 6명에 달했던 부회장단이 구광모 회장 7년 차에 사실상 '1인 체제'로 축소된 것이다.


반면 CEO 세대교체는 과감했다. LG전자·LG화학·디앤오 등 핵심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를 일제히 교체하며 변화의 속도는 높였다. 즉, 최상층 구조는 안정, 그 아래 실행조직은 대폭 교체하는 방식의 ‘이중 톤’ 인사라는 평가다. 안정과 혁신의 경계선에서 균형을 택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이번 그룹 전반의 인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LG전자의 새로운 CEO다. 생활가전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린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신임 CEO로 올라섰다. 연구 개발 경험이 절반을 넘는 ‘기술형 사업가’로, 구광모 대표가 강조해온 기술 기반의 본원 경쟁력을 이끌 적임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LG전자의 전장(VS)과 냉난방공조(ES) 사업본부장이 일제히 사장으로 승진했고, 주요 전자계열사인 LG이노텍의 문혁수 대표도 사장단에 합류했다. 정철동 체제의 LG디스플레이도 큰 변화없이 조직 안정을 유지했다.


이들은 모두 LG의 미래 수익 구조를 책임질 B2B 기반 사업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LG가 더 이상 ‘가전 중심 그룹’이 아니라 ‘플랫폼·전장·공조·소재로 확장된 다축체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 인사라는 해석이다.


LG 화학에는 전자소재를 고수익 사업으로 전환한 김동춘 사장이, 디앤오에는 LG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법무 전문가 이재웅 부사장이 보임되며, 각사에 “기술·전문성 중심 리더십”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올해 인사의 또 다른 축은 AI·바이오·클린테크(ABC) 중심의 R&D 강화다. 승진자의 21%가 ABC 인재였고, 최연소 임원들도 모두 AI에서 발탁됐다. R&D와 데이터·클라우드가 임원 구조의 중심으로 올라온 건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신규 임원의 4분의 1 이상이 ABC 인재였다는 점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성과주의 인사 또한 분명했다. LG유플러스의 여명희 CFO가 여성 최초로 그룹 부사장에 올랐고, 80년대생 신규 상무 3명이 선임됐다. 연령·성별보다 실질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우선한 기조다. LG는 이번 인사에서도 ‘과도한 확장’ 대신 조직 효율화·핵심 기능 강화·기술 중심 정비에 초점을 맞췄다. 전자·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 관리 중심의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부회장단 정비는 없지만, 그 아래층을 대폭 갈아끼워 그룹의 체질을 B2B·기술 중심으로 재정비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부회장단 확대 대신, 실제 사업 운영을 책임지는 CEO 라인의 세대교체에 집중한 인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기술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최고 의사결정층의 안정보다 ‘실행력’과 ‘전문성’을 우선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LG전자를 이끌었던 조주완 사장과 LG화학 수장이던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용퇴했다. 두 사람 모두 인도 법인 성장,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등 기여를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LG그룹은 “미래 기술 중심의 인재 선발과 기민한 인사 운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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