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공석 굳어진다…책임 떠넘기기 '급급'
與 '현안 많다' 미루기, '정치적 부담' 악순환
권력 감시 장치 유명무실…제도 취지 흔들려
임기 초반 '골든타임'…여권 의지 부족이 본질
특별감찰관 ⓒ뉴시스
대통령의 배우자와 친인척,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 행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제도가 사실상 9년째 가까운 공백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사퇴한 뒤 지금까지 후임 임명은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임명 의지를 밝힌 뒤에도 국회와 대통령실 모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짙어지고 있다.
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 안에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쟁점 예산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미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누구도 책임 있게 절차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별감찰관법은 국회가 공석 발생 30일 이내에 후보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정권에 따라 '시기상조', '정치적 부담' 등의 이유로 계속 미뤄져 왔다. 현 정부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추천 절차를 주도해야 할 여당이 가장 이라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당장 처리해야 할 민생·예산 등 현안이 많아 논의를 잡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야당 관계자는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인선 논의는 하루 만에도 시작할 수 있다"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최대한 뒤로 미루려는 기류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도 책임을 여당으로만 돌린 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천은 국회 몫이기 때문에 먼저 논의가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원히 시작될 수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역시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임명하면 감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권력 내부가 본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검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회 탓을 하며 사실상 방치됐다. 여당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결국 임명은 흐지부지됐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불편한 제도이기 때문에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제도는 원래 권력의 사각지대를 감시하기 위해 일종의 '워치독'이라는 목적 아래 도입됐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면 대통령실 내부의 윤리·감찰 시스템이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임기 초반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임명하기 적기라고 강조한다.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감찰관이 설치되더라도 정권 운영의 큰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국회 다수당이 민주당이라는 점이며 필요한 법안은 다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특별감찰관만 (추천을) 여태까지 하지 않은 건 여권 전반의 의지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올해도 정치권의 미적거림 속에서 특별감찰관은 다시 한번 논의는 있지만 추진은 없는 상태로 내년을 기대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 취지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또다시 흘려보낼 것인지 선택은 결국 여야와 대통령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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