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등 4곳 최초 지정
적절한 보전과 개발 추구
지자체·주민 공동 관리
해양보호구역 거부감 낮추는 효과 기대
해양수산부가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한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가로림만 모습. ⓒ해양수산부
정부가 국가해양생태공원 제도를 도입한다. 우수한 해양 생태자원을 보전과 개발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맞춤형 보호 체계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시설을 운영하는 형태로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주민 거부감을 줄이고, 나아가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수한 해양생태 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통해 보전과 이용이 공존하는 해양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지정하는 ‘국가해양생태공원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유엔(UN) 해양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 정한 대로 2030년까지 관할 해역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소극적, 규제적 관리 방식의 기존 정책으로는 보호구역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최초 지정된 국가해양생태공원(이하 공원)은 ▲충남 가로림만 ▲전남 신안·무안 ▲전남 여자만 ▲경북 호미반도 4곳이다.
이들 공원은 해양보호구역인 ‘핵심보전구역’과 해상 1㎞ ‘완충구역’, 육상 500m ‘지속가능 이용구역’으로 나뉜다.
완충구역은 해양환경 조사와 연구, 해역 관리 구간이다. 지속가능 이용구역은 관찰시설과 보전관, 학습원 등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보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양 보전을 위해 과학적인 관리와 조사를 진행하고, 일부 공간에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최소 범위에서 시설도 설치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이 협력해 공원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 ‘국가해양생태공원 협의회’를 통해 공원이 지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머리를 맞댄다.
이를 통해 공원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기대한다. 지역 먹거리 판로 확대와 생태관광 상품 개발, 휴가지 원격 근무(워케이션) 등 체류형 관광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양수산부가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한 전남 여자만에 노을이 지고 있다 ⓒ뉴시스
규제 위주 보호구역 지정, 수용성 문제 낳아
해수부는 공원 지정과 함께 해양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감시할 해양관측 시설을 공원 구역 내로 확대(18개소→26개소)한다. 전용 조사선과 첨단 수중 무인기(드론) 등을 활용한 정밀 관측으로 과학적 관리·조사 체계를 강화한다.
훼손된 해양보호생물 서식지 복원과 핵심 서식지에 대한 정밀 조사로 맞춤형 보호 방안을 마련한다. 공원의 지속적인 관리와 운영을 위해 지역 주민이 직접 공원별 해양생태계를 조사하는 시민관측단을 도입해 ‘참여형 관리체계’를 추진한다.
해양자원 이용은 ‘지속 가능한 공존’ 아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목재나 야자 매트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탐방시설을 조성한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공원 내 블루카본 서식지를 조성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형 공원 운영 모델을 도입한다. 공원별 특성을 반영한 생태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 등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개별 생태공원은 지자체 주관으로 ‘지역관리위원회’를 둔다. 해수부는 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국가해양생태공원 협의회’를 통해 공원 전체에 대한 총괄 관리 역할을 한다.
해양생태공원은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한다. 정부는 UN CBD 결정에 따라 2030년까지 관할 해역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에서는 어로행위는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시설 설치와 같은 개발행위는 불가능하다.
올해 12월 현재 해양보호구역은 해수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국가유산청 4개 부처가 9개 구역을 지정해 관리 중이다. 전체 해양 면적의 약 2.1%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2030년 30% 지정이라는 목표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오행록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규제 위주 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지역의 수용성 부족에 따라 지정 확대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또한 최근 갯벌 생태 체험 등 국민 해양 생태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지방정부의 생태관광 관련 개발 요구도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관점의 보전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앞으로 관할 해역 내 규모 1000㎢ 이상 대형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후보지 조사 사업 예산도 내년 6억5000만원에 이어, 내후년에는 20억원 이상 늘릴 방침이다. 실제 올해 4월에는 제주 관탈도 일대 1075㎢ 구간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신규 지정하기도 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운영 추진전략은 국민과 함께 해양생태계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국가해양생태공원을 지역경제 활성화 거점으로 육성해 생태계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선순환 모델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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