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2.4% 고공행진…고환율發 인플레 경고음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12.02 11:19  수정 2025.12.02 14:07

데이터처,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국제유가 하락에도 석유류 5.9% 급등

환율 민감한 품목 중심으로 가격 상승 뚜렷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 모습. ⓒ뉴시스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 중반대를 기록했다. 특히 환율 변수에 민감한 석유류와 수입 먹거리가 물가 상승을 주도하며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지속해서 웃돌고 있어 고환율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100)으로 전년동월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지난 10월(2.4%)과 동일한 상승 폭으로, 물가상승률은 9월(2.1%) 이후 3개월째 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높았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며 지난해 7월(3.0%) 이후 1년 4개월(1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중 식품 가격은 3.7%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물가상승세는 환율에 민감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유류는 5.9% 급등해 올해 2월(6.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유(10.4%)와 휘발유(5.3%) 가격이 크게 뛰어 전체 물가를 0.23%포인트(p) 끌어올렸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심의관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석유류인 것 같다”며 “국제유가는 두바이산 기준으로 전년 동월비로 11.1% 하락했지만, 환율이 전년 동월비로 3.6%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축소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 직격탄 맞은 수입 먹거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하며 지난해 6월(6.5%)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체 물가상승에 0.42%p 기여하며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수입산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 고환율 영향이 가시화됐다. 수산물(6.8%)에서는 고등어(13.2%)와 갈치(11.2%) 등의 수입산 가격이 급등하며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축산물(5.3%) 역시 수입 쇠고기(6.8%)를 중심으로 환율 영향을 받았다.


수입 과일도 오름세를 키웠다. 키위(12.0%)와 망고(8.8%) 등 수입 농산물 가격에서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산 농산물 중에서는 겨울철 주요 소비 품목인 귤(26.5%)이 수요 증가와 출하 시기 지연 등으로 인해 크게 뛰었다.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는 가공식품 역시 3.3%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초콜릿(16.8%), 커피(15.4%), 빵(6.5%) 등이 높은 오름폭을 나타내며 원재료 가격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개인서비스 가격이 3.0% 올랐다. 이 중 외식 물가는 2.8% 상승했으며, 중장기적으로 원재료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환율 파급효과 시차 두고 반영…전이 경계


당국은 이번 지표에 기저효과와 기상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환율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OECD 방식)는 2.0% 상승으로 10월(2.2%)보다 상승률이 낮아져 물가 상승이 먹거리와 석유류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물가 불안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직접 수입하는 원재료가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수입 원재료를 중간재로 쓰는 공업제품(내구재 등)도 시차를 두고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전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 과장은 “먹거리·석유류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별 가격 및 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변동 요인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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