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류 강국 속 한국 술 존재감…“대체재 없어 수요 안정적” [일본 유통·전통주 현장③]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12.03 14:01  수정 2025.12.03 14:02

외국산 중 유일 전용 매대 확보…행사 종료 후에도 상시 운영

소주·막걸리 중심 젊은층 구매 증가…aT “시장 맞춤형 지원 강화”

양조장·수입사 “해외 취향 반영한 제품 개발이 경쟁력 좌우”

오사카 주류 전문점 리카마운틴에는 외국산 술 중 유일하게 한국산 술 전용 매대가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다른 나라 술 매대는 별도로 없고, 한국 술 매대가 유일하다. 한국식 막걸리와 소주는 타 주류와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인기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팔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도테 다카히로 리카마운틴 매니저는 한국 주류 전용 매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오사카 시내에 위치한 이 매장에서는 다양한 술이 판매되지만, 외국산 술 가운데 전용 코너를 따로 둔 경우는 한국 술이 유일하다. 지금은 한국 주류 행사 기간이지만, 행사가 끝나도 이 매대는 치우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매장 한쪽에는 초록병 소주와 과일맛 리큐르, 캔 막걸리, 캔 하이볼 형태의 한국 술들이 여러 줄로 진열돼 있다. 인근 매대에는 김, 라면, 즉석식품 등 한국 식품이 함께 놓여 있었다.


사케와 일본 위스키 등 자국 주류가 절대 강세인 시장에서, 한국 술이 상시 전용 매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다.


도테 매니저는 “20~30대 손님이 맛과 디자인을 골라가며 한 병씩 사가는 패턴이 많다”며 “생막걸리는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들여오지 않고 있는데, 한국 술이 인기를 타면서 생막걸리를 찾는 손님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사카 주류 전문점 리카마운틴에는 한국산 전용 술 매대 뿐만 아니라 안주를 할 수 잇는 라면, 김 스낵 등 가공식품도 진열돼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일본 최대 수출시장 된 한국 주류…aT, 유통망·홍보 동시 공략


aT 오사카지사에 따르면 한국 주류 수출액 중 약 30%가 일본 시장에서 발생한다.


2024년 기준 일본은 한국산 소주 수출 1위 국가다. 전체 수출액 중 28.9%를 차지했으며 수출액 약 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일본에서 소주는 경제성이 높고 주로 60대 이상 시니어층에서 소비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한국산 막걸리도 수출 1위다.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액 중 47.2%를 차지했으며, 수출액 약 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일본의 막걸리 시장은 한국산 막걸 리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한식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일본에서는 40~50대 고객층을 중심으로 막걸리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제4차 한류열풍을 계기로 MZ세대를 겨냥한 막걸리 신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권현주 aT 오사카지사장은 “일본은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진입 장벽도 높지만,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으로 판매가 이어지는 시장”이라며 “한국 술은 맛과 패키지, 스토리가 뚜렷해 이런 구조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토 사토시 진로 재팬 제2영업부문 부서장이 한국산 술인 소주, 막걸리 판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
“특징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진로·양조장 공통 인식


우리 술 수출 주력 시장으로 일본이 꼽히고 있지만, 시장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에서 한국 소주·막걸리를 수입·유통하는 진로 측도 시장 경쟁에서 ‘차별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나이토 사토시 진로 제2영업부문 부서장은 “일본 주류 시장에서는 매년 수백 개 신제품이 쏟아진다”며 “맛과 향, 패키지, 마시는 방식 등에서 확실한 특징이 없으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이토 부서장은 한국 소주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배경으로 다양한 과일맛, SNS에 올리기 좋은 병 디자인,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도수 등을 꼽았다.


나이토 사토시 진로 부서장은 “최근 일본에서는 도수가 높은 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혼합주·스파클링·저도수 제품이 늘고 있다”며 “한국 소주도 이런 흐름에 맞춰 맛·도수·패키지를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걸리 역시 생막걸리·캔 막걸리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들어오고 있다”며 “예전 붐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가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식은 일본 양조장에서도 공유된다.


신이치 오치 교토 키자쿠라 후시미양조장 과장대리는 “일본 전체적으로 사케 소비가 줄고 인구도 감소해, 국내 시장만 보고 술을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래서 해외 고객을 상정한 제품을 따로 개발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 양조장은 한국 소비자를 겨냥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쌀 품종을 100% 사용한 사케를 별도 브랜드로 출시하기도 했다. 특정 국가·도시를 겨냥해 도수·맛·패키지를 조정한 제품, 현지 음식과 어울리는 페어링 중심 상품이 늘어나는 것이다.


신이치 오치 과장대리는 “어떤 쌀을 썼는지, 알코올 도수와 향이 어떤지, 패키지에서 그 특징이 바로 읽혀야 해외에서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권현주 aT 오사카지사장이 한국산 술 대일 수출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한국술 수출 늘리려면…정부·aT “시장 맞춤형 지원 계속”


정부와 aT는 한국 술이 일본에서 ‘한류 붐’을 넘어 안정적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장 맞춤형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일본·미국 등 핵심 시장별로 유통 구조와 소비 특성을 분석해, 어떤 제품이 어떤 채널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수출 유망 양조장을 선정해 디자인 개선, 현지어 라벨링, 식문화 스토리텔링 등 패키지 전반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또한 해외 바이어 초청 시음회, 전통주·K-푸드 통합 홍보관 운영, 현지 레스토랑·바와의 콜라보 메뉴 개발 지원 등을 통해 한국 술을 단순 기념품이 아닌 ‘일상적으로 즐기는 한 종류의 술’로 인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K-콘텐츠와 연계한 한정 상품, 위스키·스파클링 라인업 등 새로운 카테고리도 시험 중이다.


권현주 지사장은 “일본은 한국 주류 최대 수출 시장이자,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우기에 중요한 무대”라며 “양조장·수입사·유통사와 함께 한국 술의 개성과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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