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통풍 경보'…"겨울철 합병증 위험 커진다"[엑스레이]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05 06:00  수정 2025.12.05 06:00

통풍 환자 4년 새 18%↑…젊은 남성층 증가세

전문의 “장기 치료·생활 습관 개선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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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송년회와 각종 모임이 이어지는 12월은 통풍 환자들에게 특히 위험한 시기다. 과음과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면 통풍 발작 가능성이 높아지고, 관리가 미흡하면 만성 관절염이나 신장 손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 겨울철에는 기온 변화로 혈액 속 요산 결정이 관절 주변에 더 쉽게 침착해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통풍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발작 시기에만 약을 쓰는 일시적 치료보다 생활 습관 관리와 장기적 약물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성, 여성보다 12배↑…통풍 환자 증가세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통풍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20년 46만8083명에서 2024년 55만3254명으로 4년간 약 18% 늘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12배 많고, 비만과 고령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음·운동 부족의 영향으로 젊은 남성층에서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 결정이 관절과 주변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통증, 부종, 발작이 특징이며 주로 엄지발가락과 발목, 무릎, 손가락 등에서 발생한다.


발작은 대부분 밤에 시작되며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반복되면 관절 변형과 통풍 결절이 생겨 만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작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요인은 과도한 음주다. 맥주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은 요산 배설을 억제해 수치를 높인다. 내장류·붉은 고기·등푸른생선·치킨 등 퓨린이 많은 식품도 위험 요인이다. 이뇨제, 저용량 아스피린, 일부 결핵약 등 특정 약물 역시 요산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체온과 생활 패턴 때문에 요산 결정이 더 잘생기고 염증이 심해져 발작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발가락은 심장에서 멀고 체온이 낮아 요산 결정이 잘 쌓이는 부위로, 겨울에 엄지발가락 통풍 발작이 많아진다. 아울러 관절에 쌓인 요산 결정은 면역 세포를 자극해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같은 통풍이라도 겨울에는 통증이 더 심하고 오래갈 수 있다.


전상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철 찬 공기와 체온 변화는 혈액 내 요산 결정 침착을 촉진해 염증과 통증이 심해진다”며 “초기에 적절한 관리가 없으면 발작 빈도가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관절 손상과 신장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 개선 필요…꾸준히 관리해야

치료는 약물과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 발작 시에는 항염증제 또는 콜히친 등을 사용해 통증과 염증을 완화한다. 요산 수치 조절을 위해 알로퓨리놀, 페북소스타트 등 요산 강하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한다. 단순히 통증이 나타날 때만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만, 꾸준한 약물 관리가 통풍 결절과 합병증 예방에 핵심이다.


생활 습관 관리도 필수다. 조깅, 수영, 등산 등 적당한 유산소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과격한 운동은 요산 생산과 젖산 축적을 증가시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습관은 내장류, 고기, 등푸른생선, 치킨 등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과 가공식품, 액상과당 음료를 줄이고, 저지방·무지방 유제품, 곡류, 채소, 과일, 달걀, 해조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요산 배출을 촉진한다.


발작이 발생하면 영향을 받은 관절을 높게 유지하고 얼음찜질로 염증을 완화한 뒤 가능한 빠르게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 교수는 “통풍 관리의 핵심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식단 조절”이라며 “연말 술자리와 겨울철에도 요산 수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발작을 예방하고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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