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억에서 244억으로…판 커진 K-뮤지컬, 차세대 킬러 콘텐츠 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2.06 08:27  수정 2025.12.06 08:27

정부가 2025년 문화예술 분야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문화예술 부문 총예산은 2조 6654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단연 뮤지컬 분야다. 뮤지컬 분야 지원 예산은 올해 31억 원에서 내년 244억 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13억 원이 늘어난 수치로, 약 8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규모다.


ⓒNHN링크

이러한 예산 편성은 정부가 뮤지컬을 단순한 무대 예술을 넘어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를 잇는 차세대 글로벌 킬러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뮤지컬 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견인할 재정적 기반 마련에 있다. 244억원의 직접 지원 예산 외에도 간접적인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계 예산들이 대거 편성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신규 편성된 ‘K-아트 청년 창작자 지원’ 사업에 180억원이 배정되었으며, ‘예술산업 금융지원’에도 200억원이 투입된다.


이러한 간접 지원 예산이 더해지면서 뮤지컬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잠재적 공적 자금의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창작부터 제작, 유통, 그리고 금융 투자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뮤지컬 IP(지식재산권) 개발과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토록 뮤지컬 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K-뮤지컬의 글로벌 도약’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매출을 주도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창작 뮤지컬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하고, 아시아권은 물론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늘어난 예산은 중소형 및 중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 지원, 해외 진출을 위한 번역 및 쇼케이스 지원, 그리고 원천 IP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입증된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무대 예술로 확장하여,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테디셀러를 탄생시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역대급 예산 편성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장 전문가들은 급격히 늘어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소진될 가능성을 가장 크게 경계하고 있다. 한 소극장 관계자는 “제작비의 일부를 단순히 보전해주는 식의 ‘나눠주기식’ 집행은 자생력 없는 제작사를 양산하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면서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트라이아웃, 본 공연, 해외 진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심사를 통과한 우수 콘텐츠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라이선스 공연과 중소 창작 뮤지컬 간의 양극화 심화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티켓 가격이 10만 원 후반대에 달하는 대극장 공연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다. 정부 예산이 검증된 대형 제작사나 스타 캐스팅 중심의 상업 뮤지컬에 쏠릴 경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중소형 창작 뮤지컬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창작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예산 증액이 단순한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집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단순한 제작비 지원을 넘어 전문 프로듀서 및 창작 인력 양성, 해외 유통 네트워크 구축, 공연장 인프라 개선 등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예산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면서 “공공 예산은 민간이 시도하기 힘든 연구 성격의 초기 IP 발굴과 해외 시장 개척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역할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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