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첫 시동 걸었지만…대부업권 외면에 '반쪽' 출발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2.10 07:36  수정 2025.12.10 07:36

새도약기금, 취약층 7만명 대상 1조1000억 장기 연채채권 소각

내년까지 16.4조 규모 매입 계획…대부업권 참여율 저조는 문제

낮은 매입가율에 업권 '미지근'…"손해 최소화 할 인센티브 필요"

"배드뱅크 성공 여부 대부업 참여가 핵심…적극적 동참 필수적"

정부가 취약계층의 장기 연체채무를 소각하며 '배드뱅크' 사업의 첫 성과를 내놨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새도약기금)가 장기 연체자의 1조1000억원 규모 채무를 첫 소각하며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됐다. 그러나 새도약기금이 매입해야 할 연체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새도약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8일 부산국제금융센터 캠코마루에서 '새도약기금 소각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취약계층 7만명을 대상으로 한 1조10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 소각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에 소각된 채권은 새도약기금이 지난 10월 캠코와 국민행복기금 등에서 매입한 5조4000억원(34만명)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중증장애인·보훈대상자 등 취약 차주가 보유한 1조1305억원(6만6916명)이다.


새도약기금은 금융위와 캠코가 함께 추진하는 장기 연체자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금융권이 보유한 7년 이상·5000만원 이하의 무담보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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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차례에 걸쳐 약 42만명의 장기연체 채권 총 6조2000억원어치를 매입했고, 이달에도 여신전문금융회사, 손해보험사, 저축은행, 대부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 연체채권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새도약기금은 내년까지 총 16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약 113만명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전체 연체채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대부업권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민간이 보유한 연체채권 13조원 가운데 대부업권이 쥔 물량은 6조7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11월 말 기준 새도약기금에 가입한 대부업체는 22곳,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자산 상위 10위권 업체는 단 두 곳뿐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월 8일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소각식에서 축사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업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채권 매입가율이 지나치게 낮아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부업체가 통상 연체채권을 거래할 때의 평균 매입가율은 약 25%인데, 정부안은 5% 안팎에 그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새도약기금이 출범할 당시부터 업계가 가장 문제 삼았던 부분은 낮은 채권 매입가율이었다"며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라 매입가율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업계도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참여 시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당국에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배드뱅크에 참여하는 대부업체에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지정에 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다고 했지만, 정작 업권에서는 해당 제도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넘었지만, 대부업체의 은행권 차입 규모는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당장 당국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만큼, 업계 참여도는 당분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의 참여 없이는 새도약기금 정책이 구조적으로 반쪽짜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참여 독려를 위해서는 매입가율 외에도 매각 절차의 유연화나 추가 인센티브 마련 등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드뱅크의 성공 여부는 대부업체 참여가 핵심이다. 대부업권이 전체 연체채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만큼, 이들이 빠지면 취약계층 113만명의 채무 소각·조정도 제한되고 정책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며 "시장 NPL 거래를 활성화하고 금융권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상위 대부업체의 적극적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부업체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은행 저금리 차입 허용(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 확대) 인센티브 외에도 △대부업체의 요청을 반영한 매각 일정·방식의 유연화 △외부평가 활용 등 추가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업체의 손실 부담을 줄이고 자율 협약을 강화해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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