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vs 50% '국민의힘 룰 전쟁'…당내 대립 확산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12.10 04:05  수정 2025.12.10 04:05

지선 6개월…"당심만 의존" "개혁 無" 우려

지선기획단 나경원 "당심 민심 다르지 않아"

張 "뭉쳐도 모자랄 판 스스로 편 갈라 공격"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서 신동욱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전략 수정 요구가 당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당원 가입을 독려해 당세 확장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단 취지인데, 당내 중진들도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경선 룰 개정을 추진하면서 당원 투표 50%, 일반인 여론조사 50%인 현재 경선 룰을 당원 70%, 일반인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의 말을 빌리면 "당심과 민심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당원 가입을 독려해 당세 확장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단 기대다.


'공천 혁신'의 배경이 됐던 1990년대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정치 지도자들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처럼 공천을 좌우한 게 일반 여론조사나 당원이 아닌, 대의원을 비롯한 지도부였다.


그때 등장한 게 '상향식 국민참여경선'이다. 새천년민주당은 대의원 1만 5000명, 일반당원 2만명, 국민선거인단 3만5000명 등 전체 7만 명으로 투표인단을 구성하고, 전국 16개 시도를 순회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다.


한나라당 역시 당원 2만5000명과 일반 국민 2만5000명 등 5만명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전국 11개 권역을 순회하며 국민경선을 치렀다. 이는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단 희망을 틔웠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공천 시스템의 새 패러다임이 됐다.


문제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감이다. '당원'이라는 개념은 당의 정책·철학·활동에 동의하고 직접 참여하거나 응원하는 '개인'을 뜻한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당원 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르게 되면서, 각 후보가 정책 개발보다 당원을 '매집'하는 게 관건이 됐다. 후보·직능단체별로 지인들을 무작위로 동원시키고, 당원이라는 '포장지'를 두른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만 키워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단 얘기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당심'과 거리가 먼 수도권·중원 관계자들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국민의힘에서 경선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플레이어'로서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겠다. 다만 당심 70%, 민심 30%가 필패의 길이란 칼럼이나 논평이 자주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이 '혹시라도 내가 출마하는 경선에는 기존 룰대로 50대 50 적용을 받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오히려 내 경선은 당심 7대 민심 3으로 해도 좋으니, 전국 선거를 생각해 나머지는 5대5로 해달라고 제안해볼까 하는 생각도 농담처럼 해봤다"고 했다.


충남 서산 태안·3선인 성일종 의원은 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안인) 당원 투표 비율 50%, 일반 여론조사 비율 50%가 맞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당심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잘못하면 우리가 개혁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연말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특히 장동혁 대표가 계엄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거부하고 '당성(黨性, 당을 위한 충실한 마음과 행동)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면서 당내 초·재선·수도권 세력과 일부 다선·TK 중진이 빚어내는 의견 대립은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 중진으로 꼽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장 대표 면전에서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비상계엄은 명백히 잘못됐다"며 "정치의 방향은 당연히 민심인데, 자기의 편을 단결하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이날 당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에 나와 "이재명 정권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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