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출신 대표 선임…의사결정 구조 변화
세대교체 단행…체질개선 위한 리더십 재편
실적 부진·맥주 정체…장 대표 앞 과제 산적
베트남 공장·싱가포르 법인…글로벌 확대 본격화
하이트진로 장인섭 부사장.ⓒ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 6명을 대거 교체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주력 주류 사업의 부진과 글로벌 전략 재정비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담은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진로 출신의 장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되며 하이트진로의 의사결정 구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법무·대관·홍보를 맡아온 장 부사장이 전면에 서면서, 하이트진로의 리스크 관리·전략 방향도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소주 합병 이후 줄곧 하이트맥주 출신 중심의 김인규 대표 체제가 이어져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진로 출신이 대표로 내정된 것은 조직 내 권력축 변화라는 점에서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장인섭 관리부문 총괄 전무를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차기 하이트진로 대표로 내정하는 내용의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최경택·홍성암 부사장, 오성택 전무 등 6명의 경영진을 퇴임시키고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최초 100년 기업이 된 하이트진로의 이번 인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리더십 구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경영진이 일궈낸 안정적인 기반 위에, 도전과 혁신을 이끌 경영진을 전진 배치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2011년 대표 자리에 오른 김인규 사장은 1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장인섭 신임 대표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는 김인규 사장은 국내 식음료업계 주요 기업 중 최장수 CEO였다. 그는 재임 기간 소주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맥주 시장에서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
장 대표 내정자는 1962년생인 김인규 대표보다 연 나이로 4살 어린 1967년생이다. 수원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95년 소주 회사 진로로 입사한 뒤 2005년 당시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로 합류했다.
이후 하이트진로에서 정책팀장을 거쳐 2013년 하이트진로 관리 부문 상무에 오르면서 경영전략실, 법무, 대외협력, 물류, 커뮤니케이션 등을 두루 거쳤다. 장 대표는 지난 2021년 전무로 승진해 하이트진로 전략 수립과 조직 운영 등을 총괄했다.
그는 조직 안팎에서 위기 상황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온화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로 평가받는다. 단정한 태도와 균형 잡힌 소통, 실행력을 기반으로 한 빠른 판단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장 대표 체제의 하이트진로호(號)는 기존 주력 사업의 안정성과 함께 미래 성장 전략 추진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반등,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글로벌 시장 확장, 브랜드 가치 재정립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소주 상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체적인 주류 소비가 줄고 라거 중심의 국내 맥주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다.
주류시장 전반의 침체로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695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고 영업이익은 22.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39억원으로 22.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장 대표 내정자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적 반등과 수익성 회복이다. 소주 부문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반면 맥주 부문은 매출 감소와 반복되는 영업 손실로 체질적 부진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인규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1년 당시 하이트진로 매출은 1조3000억원 수준이었지만, 그는 성장을 거듭하며 매출을 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소주 부문은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음에도 맥주 부문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정체기다.
김 대표는 어려움 속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변즉사 정즉생’의 각오로 ‘테라’와 ‘켈리’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워 1위 탈환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반전은 없었다. 맥주 부문은 반등에 실패하며 시장 점유율도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양’으로 마시던 술 문화가 ‘질’로 바뀐 데다, 다양한 주종의 등장으로 기업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장 대표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그의 어깨가 벌써부터 무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서다. 정체된 내수 주류 시장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외 사업, 지속되는 수익성 압박 등 구조적 난제를 한꺼번에 떠안고 있다.
장인섭 체제로 맞이하게 될 2026년은 하이트진로의 핵심 분수령이 되는 시기다. 해외 첫 생산시설인 베트남 공장 준공이 예정돼 있다. 약 14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생산 거점을 맡는다. 수출 통합 브랜드 ‘진로’는 현재 86개국에 진출해 있다.
싱가포르에 구축 중인 글로벌 판매 법인 출자가 이달 말 마무리되면 해외 확장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해당 법인을 통해 동남아시아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으로, 젊은 소비층이 많고 한류 열기가 강한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세대 교체된 경영진의 역량이 미래 성장 전략에 강력한 동력이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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