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투자전략…미국이냐 신흥국이냐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12.11 06:47  수정 2025.12.11 06:47

밸류에이션 높은 미국…"우호적 환경 지속"

인플레는 우려 요인…"당장 나타나진 않을 것"

90년대 후반처럼…신흥국 밸류에이션 '키 맞추기' 예상

지출 늘리는 유럽…"인플레 걱정 없는 獨, 여력 있어"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회사에서 두 노인이 전광판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올해 국내외 주식시장이 미국발 관세 폭탄, 전쟁 등으로 부침을 겪으면서도 우상향 기조를 이어 온 가운데 내년도 투자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 시장이 인공지능(AI) 사이클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높은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하면 신흥국에 대한 비중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지난 10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된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은 상당히 높은 상태로 시작하고, 아시아는 높아지는 중"이라며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악기가 조율을 거쳐 동기화돼 움직이듯 내년 주식시장은 '싱크로나이즈드 시프트(synchronized shift)'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시장 밸류에이션이 상대적 우위를 보인 만큼 아시아, 유럽 등 여타 시장의 '키 맞추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크랩 대표는 "현재 미국은 기업 실적이 좋고 밸류에이션도 높은 상태"라며 "높아져봤자 많이 높아지진 않고, 내려갈 때가 된 것 같다. 아시아는 밸류에이션이 낮은데 기업 실적은 나아지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개선될 차례"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미국·아시아 시장의 싱크로나이즈드 시프트가 내년께부터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과거 애플, 구글 등 미국 테크기업 기대감이 신흥국 후발 기업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상승 역시 선(先) 미국, 후(後) 아시아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테슬라, 엔비디아 등 AI 기업 영향으로 미국 시장 밸류에이션이 상당 수준에 이른 만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아시아 등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거란 관측이다.


크랩 대표는 "비슷한 사업을 시작하는 미국 외 지역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과거와 비슷한 추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보기
높아진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기대효과 장담 못한다?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 높다고?…서학개미 '부릉부릉'


일각에선 유럽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2대 주주이자 유럽 1위 자산운용사인 아문디는 '2026년 글로벌 투자 전망'에서 "미국 주식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유럽 산업재·방위산업, 신흥시장 주식으로 자금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약달러 환경, 국방 지출 확대 등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거란 설명이다.


크랩 대표는 유럽 중에서도 독일을 유망한 투자처로 꼽으며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방위비, AI 등에서 지출을 증가시킬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가 10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된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베코자산운용

미국 시장과 관련해선 단기적으로 긍정적 흐름이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 이슈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랩 대표는 ▲무역 긴장 완화 ▲제조업 실적 개선 ▲감세에 따른 소비 확대 ▲수출 증대 ▲완화적 통화정책 등 5가지 요인을 언급하며 "미국은 우호적 환경이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월드컵, 건국 250주년 등의 여파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크랩 대표는 "인플레이션 걱정이 있긴 하지만 당장 나타날 것 같진 않다"며 "2~3년을 내다볼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능성 크지 않다"면서도 "미국에서 약간이라도 침체가 나타나면 밸류에이션이 30~40% 조정될 수도 있다. 밸류에이션이 조정되면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