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수익 노리는 은행 vs 양극화 우려하는 보험업계
금융당국이 은행권 보험 판매 채널인 방카슈랑스 추가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금융업권 간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권 보험 판매 채널인 방카슈랑스 추가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금융업권 간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비이자수익 확대가 필요한 은행권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대형사 중심 쏠림 심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을 통한 특정 생명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 상한을 현행 33%에서 내년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보험사의 대리점 역할을 맡아 예·적금과 함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제도로, 지난 2005년부터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규제가 적용돼 왔다.
해당 규제는 특정 보험사 쏠림을 막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다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되면서 개선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판매 비중을 33%까지 한 차례 완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완화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은행권의 기대감은 분명하다. 최근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금리 정책 영향으로 이자수익 확대 여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방카슈랑스는 대표적인 비이자수익원으로 꼽힌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252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40% 증가했다.
은행 내부에서도 판매 효율성 제고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인기 상품 판매 비중이 제한돼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상품을 권유해야 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수요에 맞춘 판매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측면에서 방카슈랑스는 여전히 전략적 채널”이라며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 영업 현장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대형 보험사들은 은행의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활용해 판매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를 기회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대로 중소형 보험사들은 시장 내 양극화가 한층 더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 창구 판매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와 재무 안정성이 높은 대형 보험사 상품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수수료 지급 여력 차이까지 더해질 경우 은행이 대형 보험사 상품을 우선 취급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 비중 상한이 올라갈수록 특정 회사에 쏠리는 구조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결국 보험사 간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카슈랑스에서 주로 판매되는 저축성·연금보험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자본 적립 부담이 커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가 쉽게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시장은 점차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 3분기 기준 생보사 방카 초회보험료는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방카채널 의존도가 업계 재편을 더욱 가속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로 수요가 쏠리는 구조가 더 고착될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업계 균형 발전보다 대형사 중심 재편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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