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다. 여러 국가와 배급사의 작품들이 고르게 거론되던 흐름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후보군에 언급되며 레이스의 중심을 형성했다.
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별해온 네온의 안목이 이번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경쟁 구도에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CJ ENM
실제로 예비 국제장편영화상 및 작품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작품들 가운데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를 비롯해 ‘시크릿 에이전트’, ‘그저 사고였을 뿐’, ‘센티멘탈 밸류’까지 네 편이 모두 네온의 배급작이다. 특정 배급사의 작품들이 동시에 경쟁권에 오르내리는 흐름은 이번 시즌의 특징으로 꼽힌다.
네온은 2017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배급사지만, 짧은 업력에 비해 시상식과 영화제에서 남긴 성과는 두드러진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티탄’, ‘슬픔의 삼각형’, ‘추락의 해부’, ‘아노라’, ‘그저 사고였을 뿐’까지 네온이 배급을 맡은 작품들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6년 연속 수상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가 네온과 손잡고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향후 흐름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도 이 작품의 위치는 포착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작품상 후보 경쟁을 다룬 분석 기사에서 ‘어쩔 수가 없다’를 함께 언급하며, 국제장편영화 부문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짚고 있다.
작품상 후보 진입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국제장편 출신 작품이 작품상 레이스를 다루는 분석의 맥락 안에 포함됐다는 점은 현재의 위상을 가늠하게 한다.
여기에 오스카 시상식의 초기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불려온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가 외국어영화상과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영화상,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로 지명되며 시상식 시즌 초반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는 최종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북미 시상식 레이스의 출발선에서 이 작품이 유의미한 경쟁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지표들은 모두 국제장편영화상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초반 분위기를 보여준다.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발표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 쏟아지는 전망이 실제 결과와 얼마나 맞아떨어질지, 그리고 네온이 이번 오스카 레이스에서 얼마나 활약할지가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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