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2024년 12월3일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국회에서 2025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3일(현지시간)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 국가지도자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라고 명령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이날 결정문을 통해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행정의 연속성과 국가의 포괄적 방위를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직의 모든 권한과 의무를 권한대행 자격으로 인수해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미국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영구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헌법상 대통령의 영구 궐위가 선언될 경우 3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부재하게 된 상황에서 국가와 행정의 연속성, 주권 방어를 보장하기 위한 적용 가능한 법적 틀을 결정하기 위해” 이 사안을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통화했다며 “그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베네수엘라 국영 TV가 중계한 비상 내각회의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베네수엘라는 다시는 다른 제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에 자행되고 있는 일은 야만적”이라며 미국의 공습을 맹비난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내부 결집도 강조했다. 이날 내각회의에 참여한 마두로 정권의 관료들은 박수를 치면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동의하는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베네수엘라 내각의) 단합된 모습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전임 우고 차베스 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마두로 대통령이 지명해 부통령이 된 인물이다. 석유 증산 등 베네수엘라의 경제정책을 이끈 기술관료다. 그의 아버지는 친미 정권 하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시장친화적 개혁과 국유자산 민영화, 긴축정책을 주도하며 붕괴 직전이던 경제를 안정시킨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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