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위험 공정에 휴머노이드…철강업계 '피지컬 AI' 가속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1.07 11:15  수정 2026.01.07 11:16

안전·인력난 해법으로 '로봇·AI' 결합

공정 관리 넘어 작업 수행 단계로 진입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현장 AI 확산

페르소나AI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모형.ⓒ포스코DX

철강업계가 인공지능(AI)을 공정 분석과 관리 수준을 넘어 실제 작업 수행 단계까지 확장하고 있다. 고위험 작업을 사람 대신 로봇이 맡는 ‘피지컬 AI’가 안전과 생산성을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제철소 현장을 중심으로 기술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안전사고 예방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 비용 부담을 동시에 해소하기 위해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현장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위험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방향성은 주요 철강사 경영진의 신년사에서도 드러났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AI와 로봇이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며 “고위험 수작업 개소에 로봇을 활용한 무인화 기술을 적용해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을 생산성과 이익보다 우선 가치로 두면서 AI 기반 무인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러한 기조에 맞춰 최근 미국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페르소나 AI에 300만 달러(약 44억원)를 투자하고 제철소 고위험 공정에 투입할 휴머노이드 로봇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폭발·고열·유해가스 등 인력이 직접 투입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레퍼런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DX는 그동안 제철소 크레인과 컨베이어벨트, 하역기 등 초대형 설비를 AI로 제어하는 무인화 기술을 축적해왔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결합해 공정 제어와 예지보전, 현장 대응까지 아우르는 지능형 제철소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선재 태깅 로봇’이 제품에 태그를 부착하는 모습.ⓒ현대제철

현대제철도 AI와 로봇을 활용을 확대한다. 최근 특수강 공정에 AI 기반 생산 스케줄링 시스템을 도입해 다품종·소량 생산 환경에서도 공정 효율과 의사결정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당진 특수강 공장 출하 라인에는 선재 태깅 로봇을 적용해 작업 자동화와 안전 개선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향후 로봇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룹 차원의 피지컬 AI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미디어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2028년부터 미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제조 공장에 순차 투입된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과 AI를 결합하는 것이다.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 방산·철도까지 이어지는 그룹의 제조 밸류체인을 고려하면 현대제철 역시 피지컬 AI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전망이다.


동국제강 역시 AI 전환을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은 새해 현장을 찾아 “AI와 휴머노이드 등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며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삼영 동국제강 사장도 시무식에서 “AI 등 디지털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실행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업계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전날 AI·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협약을 맺고 철강 특화 AI 자율제조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철강 고유의 도메인 지식과 AI 기술을 결합해 데이터 표준화와 인력 양성, 중소 철강사의 AI 도입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산업 전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련 인력 고령화와 인력 유입 감소, 중대재해 예방 요구가 맞물리며 기존 인력 중심 운영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다. 보호무역 확산과 원가 압박 속에서 기술을 통한 체질 개선도 불가피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가 공정을 보조하던 단계를 넘어 실제 작업을 대체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제철소 현장에서 피지컬 AI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가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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