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점에 인적 분할?"…시장 의문에 한화가 꺼낸 답은(종합)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1.14 16:12  수정 2026.01.14 17:53

이유는 ‘속도’...사업 혼재로 의사결정·자본배분 한계 지적

구조 개편 속 또렷해진 3세 경영구도...김동관 지배력 강화

회사는 선 긋기 “추가 계열분리·에너지와의 합병 계획 없어”

지난 2022년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가 세 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그룹

㈜한화가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을 품은 존속법인과 테크·라이프 사업을 담은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에 나선다. 복합기업 구조로 인한 저평가를 해소하고 사업군별 의사결정과 자본배분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업 재편과 동시에 지배구조의 축이 또렷해졌다는 점에서 3세 간 계열분리 작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분할은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7월 1일 완료될 예정이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존속법인 76.3%, 신설법인 23.7%다. 기존 주주들은 해당 비율에 따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주식을 각각 배정받는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 ㈜한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계열이 남는다.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는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과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이 편입된다.


한화는 이번 인적분할의 핵심 배경으로 ‘속도’를 들었다. 혼재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해 의사결정과 자본배분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해왔다는 판단이다. 방산·조선·에너지 등 존속법인 사업군은 정책·지정학 변수에 영향을 받는 장기 투자 영역인 반면, 테크·라이프 사업군은 기술과 시장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요구된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을 하나의 지배구조 안에서 동시에 관리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가 “이 시점에 인적분할을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묻자, 한화는 “역으로 왜 분할 시기가 지금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고 답했다.


회사는 “테크·라이프 사업은 신규 시장 기회가 빠르게 열리고 있는데, 존속법인 사업과 혼재된 구조에서는 우선순위와 자본배분 측면에서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분할은 빠를수록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화

인적분할과 함께 지배구조의 윤곽도 선명해졌다. 방산·조선해양·에너지 사업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금융 부문은 차남 김동원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테크·라이프 사업은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관할한다. 이번 분할로 장남과 차남이 맡은 사업군은 그룹의 모체인 ㈜한화에 남고,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사업군은 신설법인으로 분리되는 구조가 됐다.


이와 맞물려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 변화도 시장의 해석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 15% 매각했다. 이에 따라 3형제의 한화에너지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로 재편됐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5%를 보유한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인적분할은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김승연 회장이 새해 첫 현장 행보로 김동관 부회장이 관할하는 방산 계열사를 찾은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탠다.


다만 회사는 승계나 추가 계열분리와의 직접적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컨퍼런스콜에서 ㈜한화는 “최대주주 간 추가 계열분리나 지분 정리, 지분 교환·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 부문의 추가 분할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사항이 없다”고 했다.


사측은 한화에너지와의 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한화는 인적분할과 함께 주주환원 강화책도 함께 내놨다. 임직원 성과보상(RSU)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주를 소각한다. 이는 전체 보통주의 5.9%에 해당하며 시가 약 4562억원 규모다. 보통주 기준 최소 주당배당금(DPS)은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이상 상향했다. 구형 우선주 19만9033주도 장외매수 방식으로 취득해 소각할 계획이다.


신설법인은 ‘피지컬 AI’를 성장 전략의 전면에 내세웠다. AI와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와 F&B, 호스피탈리티, 물류를 연결하는 스마트 솔루션 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신설 지주 산하 계열사의 연평균 성장률 30%를 목표로 제시했다.


존속법인은 중장기 목표로 2030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2% 달성을 내걸었다. 방산·조선 등 대규모 투자 사이클에서 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배당성향 대신 최소 배당금 설정으로 주주환원 가시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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