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터 배터리까지…LG, 조정기 속 '숨 고르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1.13 06:00  수정 2026.01.13 10:13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전년 4분기 적자, 그룹 전반 업황 압박

주요 그룹 시총 늘 때 LG그룹 시험대, 시총 4위 수성도 불안

AI ·에너지 등 '호황 사이클' 외부에 있는 LG, 구조적 부담 부각

여의도 LG트윈타워.ⓒLG

글로벌 전자시장이 장기간 침체 국면에 머문 가운데 LG그룹의 핵심 사업 축이 동시에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자, 디스플레이, 전장 부품, 배터리, 화학에 이르기까지 주력 산업 대부분이 업황 하강 압력을 받으면서다. LG그룹은 주력 사업의 업황 둔화와 비용 부담이 겹치며 단기적으로 실적 조정 국면에 놓였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그룹 내에서 크게 경고음을 내고 있는 곳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1094억원(잠정실적 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을 알렸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4분기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는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은 낮으나, 전자·전장·B2B 전반에 걸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글로벌 수요 변화에 직접 노출돼있다. 그룹 내에서 업황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계열사로 꼽힌다. 배터리 사업을 가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LG그룹 시총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전기차·배터리 업황 둔화 시 그룹 전체 시총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는 이유다.


LG전자의 실적 부진은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반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와 고객사 투자 조정 여파로 실적과 주가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LG디스플레이는 IT·TV 수요 회복 지연과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구조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LG화학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장 부품을 담당하는 LG이노텍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전장 사업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그룹 실적을 방어할 만큼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LG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은 최근 정체 또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169조원으로 전년도 대기업 그룹 시총 순위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업황 부진으로 인해 4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상승 흐름을 보였고, 삼성·SK·현대차·HD현대 등 주요 5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모두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이 현재 사이클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다는 점이 주가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 자금이 몰리고 있는 AI 인프라, 방산 및 조선, 반도체, 에너지·전력 등 이른바 '호황 산업'과의 괴리가 두드러진 탓이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초호황의 수혜를 받고 있고, SK그룹 역시 HBM 중심의 AI 반도체 사업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SDV 전략과 AI 비전을 앞세워 시장 평가를 높였고, HD현대그룹은 조선과 전력기기 호황을 타고 시가총액을 빠르게 늘렸다.


반면 LG그룹은 이 같은 현재의 호황 산업과 직접 맞닿아 있는 사업 축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장, HVAC, 플랫폼 등 신성장 사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 그룹 전체 실적과 주가를 견인할 만큼의 규모와 이익 가시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주력 사업이 둔화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축이 공백을 메우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기 실적 부진이 아닌 구조적 약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지만, 이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기차,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업황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아졌고, 그룹 차원에서도 투자 속도 조절과 비용 구조 점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핵심 사업 대부분은 경기와 산업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을 지닌 만큼, 업황 반등 시 실적 회복 속도 역시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올해 LG그룹이 '바닥 통과 여부'를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당분간 그룹의 실적과 주가 흐름도 전자·배터리·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업황 회복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내에서도 전장, 공조, 플랫폼 등 신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아직은 일부 계열사에 집중된 성장 축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단기 반등 가능성보다는 주력 산업 전반의 업황 저점 통과 여부와 함께, 신사업 성과가 그룹 전체 실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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