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 생산적·포용 금융, 또 ‘정책 슬로건’에 그치나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1.14 07:03  수정 2026.01.14 07:03

되풀이된 정책 프레임…‘생산적 금융’ 이번엔 다를까

국민성장펀드로 방향 전환했지만 관치 논란 재점화

포용 금융 명분 속 민간 금융 부담만 커질 가능성

금융당국은 2026년 금융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금융당국이 2026년 핵심 기조로 내세운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이 또다시 정책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쏠린 금융 자금을 기업·혁신 부문으로 돌리고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겠다는 방향성은 과거 정부에서도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앞세운 ‘관치형 금융’으로 흐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구호 단계에서는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실행 단계로 갈수록 시장 왜곡과 책임 논란이 중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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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026년 금융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쏠린 금융 자원을 기업·혁신 분야로 전환하고, 저신용·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규제·감독 기조와 정책 목표 간 괴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사한 시도는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생산적 금융’과 ‘서민 금융’이 주요 정책 구호로 제시됐지만, 결과적으로 금융 자금의 부동산 쏠림을 해소하지 못했고 정책의 존재감 역시 희미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무엇을 바꿨는지 기억에 남는 정책이 없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이 과거와 다른 점으로 꼽히는 대목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다.


정부가 직접 대규모 정책펀드를 조성해 첨단·전략 산업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은행과 금융회사가 시장 경쟁 논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기업 금융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국고와 금융권 출연금을 모아 정부가 자금 배분의 주체가 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적 금융의 본래 의미는 은행이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에 치우친 영업 관행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라며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직접 사모펀드(PE)나 벤처캐피탈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전통적인 생산적 금융과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대신 정부에 자금을 출연하고, 정부가 이를 다시 기업에 배분하는 방식은 자원 배분의 시장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정책펀드가 늘어날수록 ‘관치 금융’의 부작용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교수는 “은행 입장에서 보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구조가 된다”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거버넌스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면 중복 투자와 자원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포용 금융 역시 유사한 한계를 안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취약차주에 대한 금리 부담 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비용 부담의 전가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안 교수는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그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며 “고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매기거나 은행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은행이 저신용자 대출 자체를 줄이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방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을 받는 구조는 전형적인 관치의 시작”이라며 “구호 단계에서는 박수가 나오지만, 실행 단계로 갈수록 시장 왜곡과 책임 논란이 중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6년 생산적·포용 금융이 또 한 번 ‘관치 금융’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있을지는 정책의 구호가 아닌 실행 구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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