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중개사, 구두로만 '선순위 다수 있음' 설명
대법, 중개사 주의 의무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
"얼마나 채권 있을 수 있는지 조사해 성실하게 설명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이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의 존부 및 그 범위에 관한 자료의 제공을 거부한 경우에도 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이를 파악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등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4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 개업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로 다가구주택 1개 호실을 보증금 1억1000만원에 임차했다. 당시 해당 호실에는 최고액 7억15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던 상태였고 중개대상물을 제외한 나머지 호실들에 총 7억4000만원의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이 있었다.
그러나 B씨가 건넨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근저당권 사항과 함께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가 있음을 구두로 설명함'이란 내용이 적혔다. A씨는 해당 문구 우측에 수기로 '구두로 설명들음'이라고 적었다.
이듬해 해당 다가구주택은 경매로 넘어갔는데 선순위 채권자들이 우선 배당받고 A씨는 배당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참가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의 쟁점은 다가구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이라고 설명한 것만으로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중개사 과실을 인정해 66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A씨는 중개사 설명을 통해 임대인의 자료제출 불응과 선순위 임대차계약의 다수 존재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본인의 위험 부담과 책임 하에 계약을 맺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개업공인중개사로서는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의 제공을 거부했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주변 임대차보증금 시세에 비춰 먼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취득했거나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는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의 존부 및 그 범위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따져보고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며 "개업공인중개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해당 다가구주택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확인해 임차의뢰인에게 성실하게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2심) 판단에는 개업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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