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패소 판결 내린 원심 깨고 광주고법으로 사건 돌려보내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 청구권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 존재 판단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이 이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합은 22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유족들은 지난 1990년~1994년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 등의 지급 결정을 받아 그에 동의하고 보상금을 받았다.
옛 광주민주화보상법 제16조 제2항은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1년 5월 옛 광주민주화보상법 제16조 제2항이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들은 같은 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의 쟁점은 소멸시효였다. 민법 166조 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같은 법 766조 1항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했다.
1심에서는 원고들 중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해 보상금 등을 수령한 유족에게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화해간주조항'이라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소멸시효를 옛 광주민주화보상법 제16조 제2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일인 지난 2021년 5월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2심은 "유족들의 손해는 옛 광주민주화보상법상 보상 대상이 아니고, 화해간주 조항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헌재 위헌 결정과 무관하게 이들에게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없었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합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합은 헌재의 위헌 결정 전까지 이들에게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 전합은 다수의견에서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 및 그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관련자의 가족에게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가배상청구권의 기본권적 성질과 과거사 사건의 특성,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경미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됐으나, 국가인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노태악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현재의 법리로서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고 이들에 대한 구제는 입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다수의견이 판례 변경 없이 사실상 장애임에도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 적 기대가능성이 없다면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판례에 어긋나고,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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