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수사·영업정지에 외교 리스크도” 쿠팡 사태의 파장 어디까지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1.15 06:44  수정 2026.01.15 06:44

출국금지·영업정지 거론되며 압박 전면화

경찰, 개인정보 넘어 노동·산재까지 수사 확장

미국 정치권 "마녀사냥에 경악…책임 물을 것"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이 수사·규제 차원을 넘어 외교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부와 수사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이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문제 삼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 연석 청문회가 종료된 직후인 이달 1일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차 출석 요구를 하고 엿새째인 6일에야 출국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가 출국한 이후인 1일 로저스 대표 측에 5일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로저스 대표 측은 1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이에 따라 현재 로저스 대표를 포함한 쿠팡 주요 임원진에 대한 출국 정지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2차 출석 요구에는) 나온다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면서 출국 정지 조치와 관련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쿠팡 수사는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노동·산재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단 경찰은 쿠팡이 수사기관과 협의 없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출자 접촉과 증거 확보에 나섰던 경위를 핵심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셀프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나 수사 방해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 사망과 관련한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병행 수사 중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근로계약서와 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대응의 중심축은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전 조사 때보다 더 많은 인력을 파견해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달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 문제 등과 관련 쿠팡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위원회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의 영업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쿠팡이) 명령을 시행하지 않거나 그 명령을 통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처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에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영업정지 요건을 갖췄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피해 방지 등 사업자 의무가 규정돼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할 수 있다. 이때 시정조치 만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영업정지'의 최고 수위 제제도 가능하다.


아울러, 공정위는 김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여부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김 의장이나 동생 등 친족의 경영 참여가 확인되면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쿠팡은 사익편취 규제 등 각종 공정법 관련 규율을 받게 된다.


쿠팡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서 “쿠팡이 납품업자에게 횡포를 부렸다”는 소위 갑질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쿠팡을 향한 칼날이 거세지면서 우려고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을 향한 강한 규제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도 우려되는 만큼 지나친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공화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쿠팡이 한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다. 여 본부장의 이번 방미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입법을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 등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진됐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는 13일 한국 등이 추진하는 디지털 규제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각국이 추진하는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에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듣는 자리로, 한국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및 온라인 플랫폼법이 의견 수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한국 법인 지분 100%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모회사 쿠팡Inc가 갖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인 대럴 아이사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여한구 본부장과 좋은 논의를 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쿠팡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70년 동맹인 국가(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사 의원은 또 “미국 기업과 시민을 겨냥한 국가 차원의 적대적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consequences)가 따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미국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 미국 수출업체의 해외 시장 접근을 보장하고, 한국과 같은 국가가 최근 체결한 무역·투자 협정에서 약속한 사항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스콧 피츠제럴드 하원의원도 이날 엑스에 “정치적 동기에 따른 마녀사냥(witch hunt)에 근거해 쿠팡의 미국인 임원 기소를 요구한 한국 정부 조치에 경악한다”며 “미국 정부는 한국의 부당한 대우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공화당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이뤄지는 책임 추궁을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너무 과한 제재인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정 기업을 마녀사냥하듯이 몰아세우는 것은 향후 다른 기업들에게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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