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전노윤'이 없어야 한국경제가 산다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01.15 14:48  수정 2026.01.15 15:50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전두환·노태우보다 더 엄중히 단죄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나온 특검의 이 일갈은 단순히 형량을 둘러싼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법치(法治)가 무너질 때 국가가 치러야 할 비용이 무엇인지를 묻는 경고다.


실제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는 정치사적 비극에 그치지 않았다. 헌정 질서가 흔들릴 때 그 충격은 가장 먼저 시장에 반영됐다. 국제 신인도는 추락했고 외자 유치는 끊겼으며, 금융시장은 마비됐다. 정치가 야만(野蠻)의 길을 택했을 때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와 기업의 생존 위기로 돌아왔다. '성공한 쿠데타'라는 궤변이 사법 정의를 조롱하던 시절, 우리 경제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전두환·노태우의 내란은 총칼로 권력을 장악한 사건이었지만, 그 후유증은 이렇게 경제 전반을 잠식했다.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은 다시 '내란'이라는 단어 앞에 서 있다. 전두환·노태우 시절의 내란이 물리적 쿠데타였다면, 최근의 사태는 제도와 헌법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법치와 규범에 기반한 현대 경제 체제에서는 그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 시장은 '총성'보다 '규칙의 붕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로벌 자본과 공급망에 깊이 연결된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위해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은 시장에 "이 나라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제도와 신뢰가 무너진 나라에 장기 투자를 결정할 글로벌 자본은 없다.


우리는 이미 과거를 통해 배웠다. 국가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더 이상의 '전노윤'이 반복되지 않을 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행위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장에 보내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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