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혜훈 '지명 철회'…통합 인사 실험 좌초, 부실 검증 책임만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6.01.26 00:00  수정 2026.01.26 00:04

23일 인사청문회·25일 지명 철회

靑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더 시간 끌 경우 국정운영 부담 판단한 듯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공동취재)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아파트 부정 청약, 보좌진 갑질·폭언, 영종도 땅 투기, 자녀 증여세 대납, 자녀 병역과 취업·입시 특혜 논란 등 각종 의혹들이 해소되기는커녕 부정적 여론이 더욱 확산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숙고와 고심 끝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 국민적 평가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았다"며 "이 후보자는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26일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지켜본 뒤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 여론 악화는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이 후보자 논란이 계속될 경우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지명 철회' 방식으로 이번 사안이 마무리된 것과 관련해서 홍 수석은 "대통령께서 후보자를 임명할 때도 보수진영에 있는 분을 모셔왔기 때문에, 지명 철회까지도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보수정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을 땐 '통합' '실용 인사'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 시도가 부정적으로 귀결되면서, 이 같은 인사 기조가 위축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홍 수석은 "통합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숙고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또 '인사 검증 실패'라는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분이 보좌관에게 갑질을 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했지만, 부동산 문제는 인사 검증의 기본이고, 보좌진 갑질 논란은 국회 주변 세평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청와대의 검증 책임론을 부각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인사 참사"라며 "이 대통령은 국민들께 정중하게 사과하고 인사검증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도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국토교통부 등을 총동원하고도 갑질 세평은커녕 증여세 탈루, 아들 입시특혜, 부정청약,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하나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재명 정부가 심기일전하고 허술한 인사검증 체계를 보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눈높이'를 받든 대통령님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통합과 미래를 향했던 대통령님의 꿈은 국민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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