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 국민 전체 하루 2.6억매 사용
화장품에 속한 일회용품, 재활용 대상 제외
하수도 고장 수리비만 年 1000억원
입법조사처 “물티슈는 플라스틱, 제도 정비 시급”
물티슈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들이 화장지보다 더 편하게, 자주 사용하는 물티슈가 환경 오염과 함께 하수 시설 파과 주범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에 영국에서는 플라스틱을 함유한 일회용 물티슈 판매 제한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재활용법’상 일회용품 규제에서도 배제돼 있다. 제도적으로 무분별한 사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물티슈를 규율이 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정의하는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 따르면 물티슈는 물에 녹지 않는 특성상 하수관 내 기름때와 결합해 거대한 오물 덩어리인 팻버그(fatberg)를 형성한다. 이는 매년 막대한 하수 인프라 복구 비용을 발생시킨다.
또한 자연 유출 시 미세플라스틱 주요 공급원이 되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특히 최근 시장에는 ‘순면’이나 ‘천연’ 등 모호한 마케팅을 앞세운 ‘그린워싱(가짜 친환경)’ 사례가 급증하며, 소비자 가치 소비를 저해하고 환경 위해성을 은폐하고 있다.
영국은 이를 개별적인 쓰레기 처리 문제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플라스틱 물티슈 제조 및 판매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입법적 결단을 내렸다.
이는 글로벌 규제 표준을 한 단계 높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규제 강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국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획기적 전환점으로 지난해 11월 18일 ‘플라스틱 함유 일회용 물티슈 판매 금지’라는 법안 도입을 발표했다. 해당 규제는 웨일스(2026년 12월)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2026년 중), 잉글랜드(2027년 봄), 북아일랜드(2027년 5월) 순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물티슈를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 규제 근거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의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영국, 하수 정비에 매년 수억 파운드 지출
보고서는 “이러한 법적 괴리는 물티슈의 무분별한 유통을 제어할 정책 수단을 무력화하며 환경적 외부 불경제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킨다”며 “물티슈를 규율이 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정의하는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물티슈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물티슈 문제를 단순 생활 쓰레기 차원을 넘어, 국가 하수 기반 시설과 해양 생태계 건전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물티슈 주성분인 불용성 합성 섬유는 변기에 버릴 경우 하수관에서 분해되지 않고 유지류와 결합해 심각한 설비 손상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영국 수도사업체들은 연간 수억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된다.
환경 측면에서도 물티슈는 해변 100m당 평균 20개가 발견될 만큼 플라스틱 병(bottle)보다 빈번한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물티슈는 미세플라스틱을 지속적으로 방출해 영국 정부 핵심 과제인 ‘하천·해양 청정화 계획’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특히 ‘천연’, ‘플러셔블’ 등의 문구로 소비자에게 친환경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영국 정부는 결론적으로 사후 처리 위주 정책은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생산·유통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차단하는 선제적 규제 체계로 전면 전환을 단행한 것이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영국 정부는 플라스틱 물티슈 판매 금지를 통해 하수관 막힘 현상과 복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공공요금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고질적인 막힘 사고가 감소함에 따라 수도사업체가 지출하던 막대한 연간 유지·보수 비용 역시 상당 부분 경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하수처리장 협잡물 90% ‘물티슈’
국내에서도 물티슈는 하수도 시스템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장 스크린 공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의 약 80~90%가 물티슈로 확인되는 등, 유지관리 비용 급증과 설비 노후화 주범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회용품 사용 억제와 규제를 담당하는 기본법률은 ‘자원재활용법’이다. 물티슈는 이 법에서 정한 규제 대상 품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제품 분류 체계 충돌에 있다. 물티슈는 인체 청결용이라는 이유로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환경 위해성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일회용품 목록에 편입되지 못한다.
폐기물 발생량과 환경 유해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물티슈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비닐봉투와 달리 사용 제한 규칙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우리 법체계에는 유럽연합(EU)의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D)’과 같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전체적으로 정의해 관리하는 규칙이 부족하다. 물티슈의 주요 원재료가 플라스틱 계열 합성섬유인데도 이를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차원에서 함께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생산자에게 환경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도 마찬가지다. 물티슈 분야에서는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환경부의 ‘하수도 통계’와 주요 지자체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전국 하수관로 유지관리비는 연간 약 2500억 원을 웃돈다. 이 가운데 물티슈 투기로 인한 긴급 준설 및 펌프 고장 수리에만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막대한 복구 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하수도 요금 인상을 유발하여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 된다.
물티슈는 현행법상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생산자는 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처리 비용은 전혀 부담하지 않는 상황이다.
‘천연’ 등 친환경 이미지 소비자 혼란 야기
보고서는 ‘천연 펄프’, ‘순면 느낌’ 등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 문구를 흔히 사용하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통제할 구체적 기준이 부족해 소비자 오인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수 시스템에서 분해되지 않는 제품이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문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시의 타당성을 검증할 시험 표준이나 인증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고서는 “치명적인 제도적 공백은 제품 환경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광고 규율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투기로 인한 하수도 설비 막힘과 천문학적인 유지관리 비용 증대 등 사회적 비용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티슈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보고서는 물티슈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원재활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행법상 모호하게 취급되고 있는 물티슈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확립해 이를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의 틀 안으로 온전히 편입해야 한다.
동시에 EU 사례와 같이 ‘관리해야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포괄적인 법적 정의를 신설함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제작된 물티슈뿐만 아니라 향후 나타날 다양한 섬유형 플라스틱 제품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정비는 궁극적으로 공공기관과 접객업소 등에서 다회용 물수건 사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사회 전반의 일회용품 소비 문화를 점진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전환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생산 단계 규제와 생산자책임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물티슈의 환경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폐기물 처리 이후의 사후 대응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수라는 게 보고서 설명이다.
영국의 선례처럼 일정 비율 이상의 플라스틱을 함유한 물티슈에 대해 유통·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생분해성 소재로의 기술 전환을 압박하는 입법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법으로 강제…실질적 제제 조처 필요
동시에 관련법 개정으로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 명확히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하수관 막힘 등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복구 비용을 생산자가 공정하게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소재 도입을 강력히 촉진하고, 국내 시장 구조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재편하는 결정적인 정책적 유인 기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으로 소비자가 제품의 성분과 환경영향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 투명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화장품법’ 내 그린워싱 방지 규정을 구체적으로 신설한다. 명확하고 검증가능한 기준에 따라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된 물티슈에 대해 ‘친환경’, ‘천연’ 등 소비자가 오해할 가능성이 큰 표현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물 분해성’과 같은 기능적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하수 처리 환경을 반영한 국제 표준을 충족하도록 공인 인증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거나 허위로 표시한 경우 과징금 부과나 판매 중지 등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즉각 적용해야 한다.
끝으로 산업계의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단계적 시행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로 표시·광고 개선과 생산자책임제를 우선 도입한다. 2단계로는 플라스틱 함량 규제와 사용 제한을 본격 적용한다. 3단계로는 특정 용도를 제외한 플라스틱 물티슈의 전면 판매 제한까지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민관 협력 기반의 운영 방식이 바람직하다.
보고서는 “의료나 돌봄 등 공중보건상 필수적인 위생 분야에 대해서는 제한적 예외를 인정하되, 별도 회수 및 특수 처리 기준을 엄격히 마련하여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책 실제 효과를 주기적으로 정밀하게 평가하고, 그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보완하는 평가–환류 체계를 제도화함으로써, 규제가 변화하는 시장 현실에 맞게 끊임없이 최적화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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