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안정 속 함정 비중↑...수주 포트폴리오 재편
특수선 30억 달러 목표...최근 5년 평균의 3.7배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 속 특수선 생산기반 정비
지난 6일 울산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부 인근 부두에서 미 해군 소속 ‘USNS앨런 셰퍼드’함이 정기 정비를 마치고 출항하는 모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함정 등 특수선 중심의 수주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상선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주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특수선을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아 수주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폐쇄적이던 함정 시장이 점차 열리며 HD현대의 중장기 수주 전략에서도 특수선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기관투자가 대상 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올해 조선 수주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특수선 부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조선(상선+특수선) 부문 수주 목표는 145억 달러로 전년 수주 실적(119억 달러) 대비 21.8% 증가했다. 제품별로 보면 상선 수주 목표는 115억 달러, 함정 등 특수선 수주 목표는 30억 달러다. 이는 각각 지난해 수주 실적 추정치 대비 6.3%, 178.7%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특수선 수주 목표 30억 달러는 전체 조선 수주 목표의 20%를 웃도는 규모로, 최근 5년 평균 특수선 수주 실적(약 8억 달러)의 3.7배에 달한다. 상선 중심이던 수주 구조에서 특수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해양 안보 강화 기조 속에서 각국 해군의 전력 보강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럽 조선소들이 주도해온 함정 시장에도 한국 조선소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HD현대는 동남아와 남미에 국한됐던 함정 관련 수주 문의가 최근 글로벌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 역시 수주 목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수주 목표에 대한 경영진의 시장 판단, 수주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목표가 높아졌지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고, 특히 회사는 사우디 호위함 수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주 파이프라인도 구체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필리핀 군함 2척과 태국 호위함 1척의 후속 호선, 에스토니아 원해경비함(OPV) 2척, 페루 잠수함 1척 등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군함 외 특수선 범주로 분류되는 쇄빙선 수주 역시 목표에 포함됐다. 쇄빙선은 그동안 유럽 조선소의 독과점 영역으로 여겨져온 만큼, 특수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군함 건조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협업해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 설계 입찰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앞서 헌팅턴 잉걸스가 차세대 호위함 사업의 제1야드로 선정됐고 미국 내 제2야드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이 과정에서 추가 투자와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HII 조선소의 생산능력 한계가 부각되면서 잠수함 모듈 생산 등 추가 협력 논의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생산 기반 재편도 병행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통해 확보한 도크(선박 건조 공간) 가운데 일부를 특수선 건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중형선 위주로 활용되던 생산 설비를 함정과 특수선으로 확장해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통해 확보한 도크 2곳을 특수선 건조용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건조 선박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회사는 미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향 군함 건조 수주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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