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제 3자가 관리” 신탁제도 추진에도 임대인 참여 ‘미지수’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1.26 06:00  수정 2026.01.26 06:00

전세 에스크로 구체화…등록임대사업자, 보증금 신탁 여부 선택

보증기관에서 신탁 운용-임대인에 수익 공유…전세사기 예방 효과

보증금 운용 제한에 “차라리 월세로 전환, 높은 수익률 기대 어려워”

ⓒ뉴시스

정부가 전세보증금 일부를 보증기관에 맡기는 전세 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할 전망이다. 전세사기 등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 유인이 떨어져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초 발표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사전적 보증금 보호 방식인 전세 신탁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향후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임대보증금보증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록임대사업자가 선택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에 전세보증금 일부를 신탁·담보로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모든 임대인에게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고 등록임대사업자에 한해 원하는 경우 보증금 일부를 신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보증기관은 운용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임대인에게 공유한다.


전세사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돼 오던 ‘전세 에스크로’ 방식을 구체화한 셈으로 특히 전세 에스크로로 전세보증금 예치를 강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했단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전세 에스크로와 관련해 임대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논란과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수 있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대상을 등록임대사업자로 좁히고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 신탁 제도가 자리 잡으면 임대인도 운용 수익을 누릴 수 있고 보증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증금 일부를 대위변제 없이 임차인에게 즉각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보증기관 입장에서도 신탁하는 금액 만큼 임대보증금보증 규모가 줄어들어 리스크가 일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규모가 주택가격의 90%까지 달하는 데다 임대인들의 자발적인 의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세 신탁 제도가 확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임대인은 “결국 전세 신탁도 임대인들의 보증금 운용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며 “다음 세입자 전세금으로 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상황에서 전세금 일부를 신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인들은 여건이 된다면 보증금을 신탁하기 보다 전세를 월세로 돌려 월세 수익을 챙기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전세 신탁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증금 일부를 신탁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면 임대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재원이 전세보증금인 만큼 보증기관 입장에선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운영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임대인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들의 참여 유인이 떨어져 전세 신탁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증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은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인데 보증기관이 전세 신탁을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임대인들에게 어느 정도로 유인책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보증기관 입장에서도 전세보증금을 일부 신탁하면 향후 상환 재원으로 쓸 수 있어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전세 신탁 규모에 따라 임대인들에게 보증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등의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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