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비트 위 '날 것의 10대 남자애들' 콘셉트에 케이팝 팬덤 호응
지코와 박재범이 5세대 보이그룹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여고생 픽'을 쥐고 있다. 2010년대 힙합 씬에서 10~20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프로듀서로 변신해 자신들의 노하우를 녹인 아이돌 그룹으로 새로운 세대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박재범이 프로듀싱한 보이그룹 롱샷(LNGSHOT)은 지난 13일 데뷔 EP '샷 콜러스'(Shot Callers)와 타이틀곡 '문워킨'(Moonwalkin)으로 정식 데뷔했다. 2025년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선공개곡 '소신'(Saucin) 무대를 선보이며 얼굴을 알린 롱샷은 데뷔에 앞서 공개한 사진에서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콘셉트로 논란에 서기도 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박재범이 요즘 아이돌 정서를 모르는 것 같다'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박재범 프로듀싱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이를 관심으로 바꿨다. 힙합·R&B 기반 트랙 위에 박재범 특유의 멜로디 감각을 입힌 '문워킨'은 멜론 핫100 30일 차트 20위, 스포티파이 한국 데일리 톱 송 차트 35위, 애플뮤직 대한민국 톱 100 차트에서 9위를 차지하는 등 신인으로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롱샷 데뷔 하루 전인 12일 CJ ENM 산하 웨이크원(WAKEONE)의 새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이 먼저 출격해 화제성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두 그룹은 상반된 그룹색을 보이며 다른 팬층을 구축 중으로 연초부터 남자아이돌 시장을 주도하며'윈-윈'하는 흐름이다.
군무 중심의 퍼포먼스와 정석 케이팝(K-POP) 사운드, 서바이벌 출신 다운 팬서비스를 앞세운 알파드라이브원과 달리 롱샷은 무대에서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한편 자체 콘텐츠에서는 거친 말투와 허술한 예능감을 그대로 노출해 '날 것의 10대 남자애들'을 보는 재미를 살렸다. 박재범이 직접 쇼케이스·라이브 방송 등에 나와 팀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KOZ엔터테인먼트
비슷한 전략을 취한 그룹으로는 이미 한발 앞서 자리 잡은 지코의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가 있다. 2023년 데뷔한 보이넥스트도어는 지코가 총괄 프로듀싱한 그룹으로 데뷔 싱글 '후!'(WHO!)를 통해 '옆집 사는 현실 남고생 같은 보이그룹'이라는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축했다. 과도하게 멋있는 외형을 보여주기보다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과 대형 기획사임에도 반지하 합숙 과거를 풀어내는 등 '언더독' 서사를 담아냈고, 힙합·팝을 섞은 가벼운 비트 위의 랩·보컬이 어우러지며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후 앨범마다 사회적 규율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악동의 이미지와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난해 7월에는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고 3만 2219명을 동원하는 등, 5세대 초반 보이그룹 가운데 안정적인 입지를 다진 상태다.
보이넥스트도어와 롱샷, 두 팀의 공통점은 2010년대 인기를 끈 힙합 스타들이 무대 뒤에서 아이돌을 키우고 있다는 데 있다. 블락비와 솔로 활동으로 2010년대 학생들에게 힙합 붐을 일으킨 지코와 AOMG·H1GHR MUSIC을 이끌며 힙합·알앤비 씬을 대표하던 박재범이 각각 보이넥스트도어·롱샷이라는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사랑받던 포인트였던 솔직한 가사, 트렌디한 비트, 선을 넘지 않는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5세대 보이그룹을 키우고 있다.
데뷔 2주일 차 롱샷이 앞으로 어느 정도 성적을 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미 보이넥스트도어가 '지코표 보이그룹'으로 입지를 다진 가운데 박재범의 롱샷까지 합류하면서 보이그룹 시장의 5세대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수를 주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SM·JYP·YG 같은 대형 기획사 내부 프로듀서들이 보이그룹의 색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힙합 스타 출신 프로듀서들이 자신들의 레이블에서 직접 만든 팀으로 판을 흔들며 5세대 보이그룹의 색은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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