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외화예금 금리 줄줄이 0%대로
금융당국, 은행권 다시 호출…마케팅 자제·환전유도 압박
기업 달러예금 한 달 새 25억 달러 빠졌지만
“근본적 환율 안정 효과는 미미”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지난달 약 69억4500만 달러 급증했다가 이달 들어 25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데일리안
정부가 고환율 대응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에 달러 예금 금리 인하와 외화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며 사실상 민간을 동원하는 방식의 환율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단기 유동성 조절 이상의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의 기존 달러 예금 금리가 최저 1.0%에서 최고 2.0%까지 형성돼 있었지만, 이번 조정으로 최저 0.05%, 최고 0.1% 범위로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를 반영해 원화 예금보다 높았던 외화 예금 금리가 ‘이자 없음’ 수준까지 내려간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주요 은행 임원들을 불러 외화예금 상품의 ‘마케팅 자제’를 전달하고, 외화를 원화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안까지 주문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외화예금을 원화로 바꾸는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환율을 90% 우대하는 ‘외화체인지업예금’을 판매키로 했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개인·기업의 달러 보유 수요를 낮춰 시장의 외화 유동성을 줄이고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약 69억4500만 달러 급증했다가 이달 들어 25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이 중 기업 달러 예금만 25억8000만 달러 줄어 전체 감소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정부가 민간은행을 동원하는 방식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달러 예금 금리 인하가 해외금리와의 차이를 해소하는 것도 아니고,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실질적 요인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를 낮춰 단기적인 수요를 줄일 순 있어도, 글로벌 달러 강세나 대외 리스크가 유지되면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은행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결국 ‘속도 조절’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은행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 후 만찬에 참석해 주요 은행장들과 취임 후 첫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사실상 환율 대응 협조를 재차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은 외환수급뿐 아니라 금리 차, 투자 심리, 지정학 리스크가 복합 작용한다”며 “민간에 부담을 전가하는 형태의 대응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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