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일상은 언제부터 상품이 됐나…육아 콘텐츠의 상업화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②]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2.04 07:27  수정 2026.02.04 07:27

공구·광고로 이어진 키즈 브이로그의 현실…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아이의 일상

2024년 12월 유튜브 태요미네 채널을 운영하는 태하의 엄마는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태하를 갑자기 만지거나 소리 지르시거나 사진 요청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지양 부탁드린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이 태하에게 다가오고 말을 걸 때 아이가 당황스러워한다.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이 태하에게 무섭게 느껴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당부했지만 댓글에는 "관심은 싫고 돈은 좋냐"는 등의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화면 속에서 함께 키워온 아이를 이제 와서 개인의 영역으로 돌려놓으려 한다는 반발이었다.


ⓒ유튜브 '태요미네' 채널

유튜브·쇼츠·SNS를 통해 자라는 아이들은 이렇게 대중적 시선과 개인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진 환경에서 성장한다. 문제는 단순히 노출의 정도가 아니라 아이의 일상이 상업적 자산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 진정부부 채널이다. 이들은 2023년 11월 29일 '곧 100만 유튜버인데도 우리가 유튜브를 그만두는 이유'라는 영상을 올리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영상에서 부부는 "딸 루다가 카메라를 켜면 영상에 담길 만한 행동과 대사를 하는 게 느껴졌다"며 "아이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고민 끝에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설명란에 연결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들어가면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단백질 쉐이크 공동구매 홍보 게시물에 아이가 쉐이크를 마시는 영상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정기적인 브이로그 업로드는 멈췄지만 아이의 얼굴과 행동은 여전히 상품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유튜브 '리쥬라이크' 채널

구독자 106만명의 리쥬라이크 채널도 비슷한 구조다. 이 채널은 아들 유준이와 함께 하는 가족의 일상으로 인기를 얻었고 '형부부대찌개'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업로드 되는 영상은 육아 브이로그를 담고 있지만 '더보기란을 참고해달라'는 고정 댓글을 확인해보면 자신들이 만든 부대찌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김은진 부산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의 '키즈 크리에이터 콘텐츠 수용 행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맘스타그램·육아 유튜브 계정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광고·협찬·공동구매로 빠르게 전환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아이가 직접 제품을 사용하거나 먹는 장면은 강력한 신뢰 신호로 작동한다.


연구에 참여한 보호자들은 '아이가 키즈 유튜브를 보고 같은 장난감이나 간식을 사달라고 요구한다', '나오는 건 다 사달라고 해서 하나만 고르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이를 앞세운 콘텐츠는 아이 시청자에게는 모방 소비로, 부모 운영 채널에는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다. 설령 유튜브 업로드를 멈춰도, 인스타그램 공구나 광고 게시물에는 여전히 아이가 등장하는 이유다.


배나라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노동의 기준은 결국 '누구의 욕구인가'로 판단해야 한다"며 "아이의 현재 행복이 미래의 조회수나 수익과 맞바뀌는 구조는 사회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채널

그러나 모든 육아 콘텐츠가 같은 방식은 아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제작진이 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 '꿈친구'는 아이돌과 영유아가 하루를 보내는 형식이지만 촬영 환경에 대해 제작진은 "아이의 생활 패턴을 최우선으로 둔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꿈친구는 길어야 2~3시간 촬영하며 이 중 최소 1시간은 새로운 출연자와 아이가 익숙해지는 교감 시간으로 사용한다. 실제 촬영은 1~1시간 30분 정도만 진행하고 아이가 낮잠이나 밤잠을 자는 동안에는 전 스태프가 철수한다.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즉시 촬영을 중단하기도 한다.


촬영 장소 역시 수유실·기저귀 교환 공간·보호자와 따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곳만 대관하며 스태프는 3년 이상 '슈돌' 본방을 겸업한 인력 위주로 구성돼 영유아 촬영에 익숙하다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현실적인 제작비와 스케줄 제약 속에서도 아이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처럼 관리된 환경은 방송사 제작 시스템이 개입한 예외적인 사례로 대부분의 육아 유튜브는 이런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거나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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