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의 디지털 전환 통한 금융접근성 제고…비용절감 시급
영국 사례처럼 정부 펀드로 대부업 디지털 혁신 지원 방안 모색
대출심사 투명성 강화와 보증연계 중금리 대출 플랫폼으로 대부업 활성화 기대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대부업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찍혀왔다. '고금리·고위험'이라는 인식 탓에 제도권 금융이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금융의 사각지대를 채워온 역할마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의 패러다임이 디지털화로 급변하는 현시점에서 대부업은 더 이상 주변부 금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의 발전은 그동안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대부업은 디지털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합리적 금리로 서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용금융의 실천기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대부업의 가장 큰 문제는 취약한 금융 접근성이다. 기존 금융기관은 신용도 중심으로 대출을 심사하기 때문에, 신용 이력이나 담보가 부족한 서민층은 제도권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때 마지막으로 선택되는 창구가 바로 대부업이다. 하지만, 높은 금리와 업체별 금리 비교가 어려워 쉽게 대부금융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대부업은 어떻게 신뢰받는 금융접근 채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첫 번째 해법은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혁신이다.
통신료 납부내역, 공과금, 간편결제 내역, 심지어는 소상공인 매출데이터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면 차주의 실질적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인프라를 대부업권에도 개방한다면 이러한 데이터 신용평가 체계는 정착될 수 있다. 나아가 '생활데이터 신용평가모형(LSCS: Living Score Credit System)' 같은 표준 모델을 공공기관과 민간이 공동으로 구축한다면, 대부업체도 금융소외층의 신용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전환으로 비용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대부업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비효율적 비용구조이다.
오프라인 중심 영업망, 수작업 심사 프로세스, 대면 채권관리 등의 고정비가 금리에 누적된다. 이를 타개하려면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AI 기반 자동심사 시스템을 적용한 사후관리, 고객 응대 챗봇 등은 이미 여러 핀테크 사업자들이 활용 중이다.
이러한 기술을 대부업권에도 도입하면 운영비 절감 → 금리 인하 → 우량차주 유입 → 부실률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정부도 기술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대부업체를 위해 '생활금융 디지털 혁신펀드'(가칭)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해당 펀드는 금융위원회와 기술보증기금, 정책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함으로써, 서민금융에 모범적 행보를 보이는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시스템 전환비용·보안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해야 한다.
영국은 2013년에 3800만 파운드(한화 약 754억원) 규모의 '상호금융기관 확장 프로젝트(Credit Union Expansion Project) 펀드'를 조성해 상호금융기관의 디지털화를 지원한 바 있다.
동 펀드는 상호금융기관의 모바일 앱·온라인 대출 시스템 도입을 지원함으로써, 대출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100만 명 이상의 저소득층 차주가 해당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대부업이 생활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대부업이 사회적 비판을 받은 이유는 과도한 이자율보다도 불투명한 금리 산정, 불법추심, 불공정약관 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이로써, 업체별 금리 산정 구조와 변동 사유를 체계적으로 공개하고,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금리 비교와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투명 금융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한,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정책금융기관과 연계하여, 대부업체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보증 연계형 중금리 대출 플랫폼으로 편입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은 이제 대부업을 더 이상 과거의 낡은 이미지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생활금융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의 혁신, 국민적 신뢰, 그리고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이 세 가지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대부금융은 생활금융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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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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